늦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소설 쓰기 강의를 들으러 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와 스쳐 지나갈 때, 앞 유리에 물이 튀었다. 나는 자동차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오늘은 늦어도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폭우 속에서 운전을 하다 보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모든 감각을 비가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뿐이었다.
내비게이션이 도착 장소와 가까워짐을 알려주었다.
"잠시 후에 우회전입니다"
나는 핸들을 꺾어 오른쪽으로 차를 움직였다. 작은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거짓말처럼 선명한 무지개가 보였다. 나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질렀다. 작은 경계를 지나왔을 뿐인데 비는 멈추었고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파란 하늘에 당당하게 피어난 무지개, 나는 그 우연함과 찰나의 황홀함에 반해버렸다.
그날의 무지개는 내가 지나온 길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폭우 속에서 옷이 흠뻑 젖을 때는 무지개를 떠올릴 겨를조차 없다. 심지어 무지개는 환상 속에 있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뜬 무지개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던 길을 멈추면 안 된다고.
계속 걷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개고 무지개가 뜬다고. 묵묵히 발을 내디뎌 시간을 걸어 나오면 된다고.
사실 무지개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다만 내가 폭우 속에 있어서 몰랐을 뿐이다.
시간의 경계를 넘었다.
영원할 것 같던 어둠도 사라졌다.
무지개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덜 슬퍼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