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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합니다

글쓰기가 두려운 순간.

by 여름의푸른색

눈을 감는다.

발아래는 얼마나 깊은 곳이길래 이렇게 짙은 푸른색을 띠는 것일까. 뛰어내려도 될까?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풍덩 뛰어들었다.

두렵기만 한 글쓰기 속으로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시작하고 나니 더 큰 고민이 생겼다. 잘 쓰고 싶은데 멋지게 완성해서 발행하고 싶은데 답답한 글쓰기, 진전 없는 글쓰기. 게다가 밑천이 훤히 보이는 나의 실력.

계속되는 고민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동력을 잃었고 합격했던 순간의 초심도 모두 휘발되어 버렸다.

으쌰으쌰 글을 써가는 다른 작가님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원래 글을 쓰시던 분일까 합리적인 의심도 가져보고 무엇보다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추진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음이 불편했다. 일상이 어지러우니 한 줄을 쓰기가 어려웠다. 글이란 나의 고통을 녹여내는 일이라 하더라도 집중해서 쓰기가 부담스러웠다. 퐁당퐁당 겨우 발만 담그고 있는데 수려한 솜씨로 평형을 하며 멋지게 물살을 가르는 다른 작가님을 부러워하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기를 쓰고 앞으로 나아가도 하얀 파도는 나를 덮치거나 해변가로 다시 밀어냈다. 그리하여 제자리걸음만 반복되고 있었다. 파도 위에 올라타 멋진 서핑 실력을 뽐내는 다른 작가님들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만 보았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어. 작은 불씨가 마음의 산소를 태우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집중해서 글을 썼다. 쓸데없는 부담감을 덜어냈다. 어차피 나보다 잘 쓰는 분들은 너무 많을 거야. 일단 쓰자. 쓰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워나갈 궁리를 하자. 많이 읽고 많이 써서 부족한 부분을 양으로라도 채워보자.

그래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쿨하게 받아들이자 내 길이 아닌 걸로.




처음 브런치 발행 버튼을 눌렀을 때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 본다. 그때도 지금도 불안과 두려움으로 눈을 질끈 감고 발행버튼을 누르게 된다. 내 글이 부족함을 인정한다. 아직 글 쓰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다만 두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의 바다에 풍덩 빠지기로 했다.

저 멀리서 익숙한 손짓이 보였다.


'두려워하지 마 이곳은 안전지대야'


요즘은 이미 즐겁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수영 실력에 감탄하며 매일 올려주시는 글들을 읽고 있다. 읽으면서 좋은 자극을 듬뿍 받고 있다.






나는 지금도 바닷가 해변 그 어디쯤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젠가 멋지게 평형을 하며 글수영을 즐기는 그날까지 튜브도 타고 보트도 타며 그저 바다가 나를 싫다고 할 때까지 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으려 한다.


눈을 질끈 감고 버튼을 누른다

오늘도 발행!




사진출처_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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