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큰 건물

추상적인 건축을 향하여

by Blue Cloud


컴페티션 스킴

건물이 들어서는 곳은 한국으로 말하면 6.25 때 치열한 접전지 시골에 세워지는 전쟁기념관 설계. 미국 남북전쟁당시 남부와 북부의 군인들이 치열하게 싸워 결국 북군의 군인이 이김으로써 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던 지점이다. 현재 넓은 부분이 MILLITARY PARK으로 되어 있고 그곳에 뮤지엄/안내센터를 세우는 프로젝트이다. 클라이언트는 여러 집단이 섞여 있다. 주립 공원관리하는 사람들과 민간단체로 그 지역을 서포트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주아주 돈이 많은 기부자.


기부문화가 잘 되어 있는 미국은 기부자를 위한 배려도 잘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로비에 가장 좋은 위치에 기부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곳의 위치와 형태는 따로 디자인회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를 위한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그의 의견이 반영된다. 크리티컬 한 지적이 나오면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디자인 수정을 하기도 한다.

회사 내 프로젝트로 치면 그리 럭셔리 프로젝트가 아니라 비용에 맞추려 항상 신경 쓰는 프로젝트이다. VE(VALUE ENGINEERING)이라 불리며 이전회사에서는 모든 디자인 단계가 끝나게 되면 CD드로잉을 가지고 VE를 하고 수정을 했으나 지금 회사에서는 매 단계마다 VE를 하고 처음 계획된 공사비와 비교해서 디자인을 수정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도 SD가 끝나고 VE를 하고 수정하고 지금 단계는 DD가 끝나고 CD로 가기 위해 VE를 하고 있는 단계이다.


참고로 건축 디자인 단계는

FEASIBILITY STUDY-CONCEPT-SD-DD-CD-CA로 나뉘다. (FACADE ARCHITECT에서 말한 건축 진행과정참고)


SD때에는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고용한 회사에서만 VE를 했는데 DD과정에서 공사를 진행시킬 CONTRACTOR가 정해지고 DD를 끝내고 나서든 두 회사에서 각각 견적을 내고 서로의 차이점을 맞추면서 지금은 두 회사가 어느 정도 비슷하게 견적이 나왔으나 SD때 했던 견적보다 6만 불이 더 책정되어서 어떻게 줄일까 수정하고 있다.

줄이는 방법은 잘못 계산된 점을 찾아내거나 각 항목별로 나열되어 있는 요소들을 검토해서 값싼 재료나 시스템을 변경하던지 아니면 전체적인 건물의 매싱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오늘 문득 건물전체 공사금액을 한화로 바꿔봤다.

1000억짜리 프로젝트..

왠지 한화로 생각하고 나서 갑자기 값싼 프로젝트가 아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러로 계산하다가 원화로 바꾸고 나니 금액이 더 크게 느껴졌다.


지금껏 설계를 하면서 공사금액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항상 최고의 디자인과 최고의 성능으로 디자인하면 된다 생각했고 공사비를 맞추는 일은 우리의 모든 설계가 끝난 후에 로컬 건축팀에서 하는 일이었고 그들이 만든 리스트들을 검토하는 정도였다.

주로 했던 프로젝트들이 외국 프로젝트였고 클라이언트가 외국회사에 맡길정도의 프로젝트이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어서 가능했고, 디자인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인 단계에서 금액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에 새롭고 성능 좋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지금의 회사에서는 금액을 맟춰야 다음 단계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때 항상 공사비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항상 제한된 공사비에서 어떻게 디자인을 만들까로 고민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는 처음부터 개념을 잡을 때 입구가 되는 남쪽면과 지붕의 끝단면 디테일에 디자인과 돈을 쓰기로 했고 나머지는 가장 보편적인 방향으로 가기로 나름 설정했다. 집중과 선택을 해야 했고 왠지 더 리얼세상에서 건축을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형태를 발전시키면서 여러 가지 옵션을 만들고 내가 제시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상하이 오피스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의 크리틱을 받고 큰 수정이 있었다. 건물이 발전되면서 Abstract 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이 말은 내게 크게 다가왔고 항상 디자인을 하면서 생각하고 있다.

DD가 끝나고.. 기부자가 컴페티션 안의 솔리드 한 형태를 싫어해서 점점 변화가 되었다.



건축은 언제나 클라이언트가 있다. 남의 돈을 가지고 나의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돈 없는 건축가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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