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억기록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58분의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by Blue Cloud
Image (75).jpg 2026.01.06

밀란 출장 후에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것 같다.

약간의 우울증이기도 했고 누군가는 중년 남성의 갱년기라 하기도 했고.


항상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현실의 고통을 버티는 미래에 중독된 인간으로 살아왔었는데 최근 그런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졌고, 지금 앞으로 걸어갈 동력을 잃어버린듯한 기분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난 밀란 여행 속에서 본 혼자 하는 여행자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던 것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의 무의식 속에 여행자로의 미래를 그렸던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나이 든 여행자, 오랜 여행을 하는듯한 낡은 옷들과 짐들, 혼자이기에 항상 자신의 물건을 들고, 그것들을 조용히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이 왠지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 남은 시간이 아까워 호텔 근처 럭셔리 바에 들어가 라이브의 시끄러운 음악 속에 잘 차려입은 나이 든 이태리 아저씨들과 화려한 파티 복장의 젊은 여자들 그리고 돈 많은 2세 같은 젊은 중국 친구들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혼자서 조용히 지켜보다가 이 또한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내가 원하는 여행은, 미래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미 인생의 후반으로 가는 내게, 점점 원하는 미래가 '별로 없음'이 떠오르고, 내가 원하는 미래가 무엇인가.. 여행 후 내내 내 머릿속에 머물고 있었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름 배려한다고 일찌감치 권위를 내려놓은 힘없는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며, 이 또한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닌 것이 계속 생각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부끄럽지 않았던 내 몸뚱이가 세월이 지나가면서 내놓기 부끄러워지고 있고 이유 없는 기침이 대화 중에 나와 민폐가 되지 않으려는 생각들이 들고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지로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경험과. 얼굴에는 점점 세월의 흔적이 보이고..


그러다가..

얼리 어답터인 아내와 아이의 결정으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로 바꾸고 프로모션으로 제공하는 FSD라는 자율주행 모드를 몇 달째 잘 이용하고 있었고, 밤 운전을 싫어했던 아내는 너무 만족하고 있고 그로 인해 크리스마스날 아내는 아이들만 데리고 4박 5일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다. 차로 16시간 되는 거리를 자율주행으로 운전해서 남쪽 해변을 갔다 오는 여정이었다. 대부분을 자율주행으로 운전이 되어 운전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24일 집에서 친한 집 사람들과 파티를 했는데 25일 가족 모두 여행을 가는 바람에 집에서 나와 강아지만 남아 파티에서 남은 음식을 먹으며 금, 통, 일을 보내고 월, 화요일은 출근을 했다.

평소 없어 못 먹던 연어회와 삶은 감자 샐러드가 많이 남아 계속 먹게 되었다. 금요일은 회덮밥, 토, 일요일은 회와 감자, 월요일 저녁은 회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구워서 먹었다. 그리고 화요일 저녁 여행 갔던 가족이 돌아왔다. 출근하기 전까지 집에 혼자 있던 삼일은 마치 망망대해 뗏목에서 생선하나 잡아 매일 먹으며 표류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찜질방은 한번 가려했으나 막상 토, 일요일에는 비까지 내려 차 없이 나가는 것이 귀찮아 집에만 있게 되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아쉽단 생각이 들었고 어느 스님이 말했다는 인간은 '똥 만드는 기계'란 말이 떠 올랐다.


이제 새해가 되고 미국에서의 기인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정상적이 생활로 돌아왔다. 큰애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다시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해의 첫 주를 맞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지만 일단은 하루를 그리고 일주일을 열심히 살아가 보려 한다. 54주 후의 모습이 지금과 같진 않았으면 한다.


1. 한동안 왼쪽 잇몸이 갑자기 부어 오른쪽으로만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항상 왼쪽으로만 음식을 씹어왔다는 것을.. 오른쪽으로 조금만 씹고 있으면 씹기가 (근육이) 힘들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울 속 내 얼굴을 가만히 보니 왼쪽이 조금 튀어나온 비대칭적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2. 자율주행 모드를 이용하면서 내가 운전을 할 때 왼쪽으로 치우쳐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율주행을 하는 것을 보며 내 기분에는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모니터 상으로는 중앙으로 가는 것을 보고 나의 운전습관을 깨닫게 되었다.

3. 나이 들어가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보게 된다. 편협하지 않고 긍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살고 싶은데, 어려운 것 같다.

Image (76).jpg
Image (77).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측은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