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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Apr 11. 2023

 라스베이거스 타워 II

2006

건물이 들어서는 사이트는 호텔들이 즐비한 라스베이거스 메인거리 북쪽에 위치한다. 사이트는 한국으로 치면 용인 에버랜드 같은 물놀이 테마파그가 있었던 대지였고 개발을 하려는 디벨로퍼가 실제로 땅을 구입해서 허가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3,500실의 호텔타워는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 개발하지만 사이트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포디엄은 다른 회사에서 나눠서 개발을 했다. 카지노와 파킹 그리고 공연장을 포함하는 복합시설이었다. 각각의 다른 회사들이 자신의 부분을 개발하고 하나로 합쳐서 미팅에서 토의를 하게 된다. 초기 개발 당시에 회사에서는 카지노 개발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프로젝트의 참여에 고민을 했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신입일 때 실질적으로 했던 일은 내 사수가 디자인하는 것들을 옆에서 보며 그가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잘' 해내면서 내 역량을 보여줘야 했다. 말로써 설명하기에는 핸디캡이 있는 외국인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지시한 일에 대한 성과였다. 그중에 모형을 만드는 일도 큰일 중에 하나 었다. 이미 말했지만 당시에는 3D 디지털 모델 프로그램, 라이노가 처음 나온 시기였고 3D 프린팅이라는 것도 없었다. 회사 모형실에는 두대의 레이저 커터만 있는 상황이었고 회사에서 처음으로 도전하는 유선형의 타워는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부분은 오토캐드를 이용한 2D라인으로 만들었으며, 평면에서 볼 때 각각 다른 커브들의 만나는 부분에서  부드러운 곡면을 만들기 위해 곡면의 탄젠트를 맞춰 그리는 방법을 사수가 내게 알려줄 때는 정말 대단한 비법을 배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수에게 신임을 얻고 지금은 기본으로 대학에서 배우고 오지만 당시에는 처음 나온 3D프로그램인 라이노에 대한 교육에 회사에서 선발되어 외부에 가서 며칠간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만들었던 모형들과 창가에 놓고 직접 찍었던 사진들. 레이저 커터 머신만 있었기에 얇은 아크릴 판을 하나씩 잘라서 쌓아 곡면의 건물을 만들었다. 

당시 구조팀에서 타워팰리스와 버즈두바이를 성공적으로 완성했기에 기본 구조시스템은 유사했다. 하지만 버즈두바이에서 하지 않았던 곡면 외벽기술로 한 단계 진화된 형태였다.

앞에서 말했듯 타워의 높이와 호텔 객실의 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888 feet(575m), 이 숫자는 한참의 변화 끝에 어느 정도 정리된 타워의 높이였다. 지금은 많이 쓰이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타워 높이에 따른, 프로그램 면적, 객실의 숫자가 쉽게 계산되지만 당시에는 높이와 객실수가 바뀔 때마다 사람의 손으로 그리고 계산해서 결과치를 내놓아야 했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같은 가구와 설비, 인테리어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반복되는 평면을 선호한다. 하지만 건물의 형태에 의해 모든 층의 실의 면적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인 평면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40-50층 간격으로 두 군데의 스카이로비를 두고 그에 맞는 코어를 계획했다. 엘리베이터 계획으로 생각하면 40-50층 건물 세 개를 쌓아서 만든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각각 기준층의 코어를 계획했다.

3.3m의 층고와 약 3m의 실내높이로 계획했다. 

포디엄과 만나는 부분은 요구되는 서로 다른 층고로 인해 복잡한 코디네이션이 필요했다. 

지금은 더 많은 방법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당시의 기술로 곡면을 만드는 방법은 위의 방법이 최선이었다.

각각의 스카이로비는 회사 내 인테리어 팀에서 맡아서 디자인을 했다. 한국인 두 명이 있었는데 정말 속도감 있게 디자인을 잘했던 기억이 있다.

회사 내 구조팀에서 분석한 타워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시스템 설계

초고층 건물은 지금도 대부분 실제로 모델을 만들어 실험실에서 바람을 불어넣고 실험을 한다. 윈드 터널 테스타라 불리며 이를 통해 구조적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윈드 터널 테스트는 그 목적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구조적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실험

둘째. 외벽에 적용되는 압력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

셋째. 사용하는 사람들의 휴먼 컴포트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

회사에서는 위의 세 실험을 모두 하기를 요구하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세 번째는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 회사 내 친환경팀에서 발견한, 그 이후로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한 아이디어는 초고층으로 인해 상부와 하부 간의 유의미한 기압차와 온도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환기와 냉난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 내의 MEPF팀에서 계획한 다이어그램들.

skyscraper.com이라는 사이트에는 세상 모든 초고층 건물들의 이미지를 볼 수 있고 기본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건물의 규모를 설명하기 위해 타워를 뉴욕 맨해튼에 세웠을 때의 스케일 비교사진

건축 설계의 진행 단계를 나누면 아래의 여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Feasibility Study

2. Concept Design

3. schematic Design

4. Design Devielpment

5. Construction Documents

6. Construction Administration 


2006년부터 2007년 초까지 일 년 넘는 시간 Feasibility Study라는 아주 초기의 설계단계 였지만 위에 나열한 결과물은 지금 생각하면 Schematic Design단계까지 진행시켰던 것 같다. 대부분의 건축 설계회사에서는 디자인만 하고 나머지 엔지니어링과는 컨설턴트 계약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킨다. 내가 생각하는 SOM의 최대 장점은 이 모든 것들이 한 회사에서 일한 다는 것이다. 위의 모든 작업들이 인하우스에서 나온 결과물이며 이런 방식의 작업이 SOM을 초고층,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특화된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던 이유라 생각한다.


이렇게 나의 첫 일 년이 지나갔다. 

내가 회사에 들어오고 6개월이 된 시점에 디자인 사장, 스튜디오 헤드를 포함 같이  일하던 모든 팀들이, 사수를 포함해 나갔고 나보다 1년 먼저 들어온 친구와 나만 프로젝트에 남았고 이미 많은 부분 진행시켰던 이유로 내 사수의 일을 내가 맡아 진행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6개월 경력의 내가 맡기엔 너무 큰 프로젝트였고 다음의 일 년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 싫어 참 바둥바둥 대며 처절하게 붙들고 있었던 프로젝트가 되었다.

너무 일찍 찾아온 기회에 준비되지 않은 나 자신을 자책도 많이 했었고, 한계도 분명히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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