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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Mar 13. 2024

S-Project

우연히 왔다가 아쉽게 지나가 버린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 높이 근처까지 가려했다.

회사 입사 후 4년 차가 되었을 때 한국 모 대기업에서 본사 건축을 위한 초고층 빌딩 컴페티션을 한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 중국에 초고층 프로젝트들이 엄청나게 많을 시기였다. 중국프로젝트를 할 경우 자연스럽게 회사에 있는 중국친구들이 좀 더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국프로젝트를 기다리던 차에 기사를 접하고 아는 연락처를 총동원해서 컴페티션을 진행시키는 대기업 건축 부분 사람들과 연락이 되었다. 마침 우리 회사가 리스트에 있어서  연락하려던 차에 나와 연락이 닿아서 아주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회사가 여러 도시에 있었고, 당시만 해도 뉴욕에 있는 오피스와 내가 있는 시카고 오피스가 한국 프로젝트들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라 사소했지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내가 참 할 말이 많다. 


당시 난 디자인을 하고 있었지만 연차가 낮아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담당할 만큼의 위치가 아니었다. 대신 내가 속해 있던 스튜디오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는 스튜디오로 파견을 가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에 규모나 상징적인 의미로 매우 비중이 있는 프로젝트였기에 회사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었었다. 건축, 구조, 설비, 인테리어, 도시계획 등 모든 분야의 팀들이 모여 많은 회의와 열띤 토론이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타워 디자인을 담당했고 수없이 많은 옵션을 만들고 발전시켰다. 컴페티션이 그렇듯 타워 형태를 잡는 것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매일 사장들이 참석한 미팅을 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타워 옵션에 옵션들을 만들어 다음날까지 랜더링이나 모델을 만들어 준비하고, 다음날 미팅에 그런 옵션들을 추려 새로운 옵션을 만들고.. 이러한 작업이 반복되었다. 

내가 파견 간 사람이었기에 이미 팀이 짜인 스튜디오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줘야 했다. 인생도 그렇지만 우연이 많이 섞인, 처음에 주어진 역할이 보통 끝까지 가고, 중간에 바꾸는 건 매우 힘이 드는 걸 알기에 내가 원했던 타워디자인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많이 노력을 했던 기억이 있다. 위에 보이는 모델이 내가 파견 간 스튜디오에서 처음 만들었던 타워 옵션이었다. 지금은 디지털 모델이 보편화되었지만 당시에는 실제로 만든 모형을 선호하던 시절이었다. 회의 중에 대나무 아이디어가 나왔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 중에 내가 직선의 라인을 원형에 사선으로 연결하면 중간 부분이 살짝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곡선 형태이야기를 했고 한번 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그날밤 모델샵에서 레이저 커터 머신과 실을 이용해서 밤새 모형을 만들었다. 

다음날 모형 자체에 대한 칭찬은 많았으나 전체 빌딩에 대한 콘셉트로는 그리 흥미롭지 않아 더 이상 발전을 시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두 명이 하고 있던 타워 디자인파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최종까지 갔던 옵션들(내가 했던 것들이 아랫줄에서 오른쪽 3개였다. 난 제일 오른쪽 옵션을  좋아했다)

타워 디자인 실무는 세 명이 나누어서 진행시키고 있었다. 초기에 수많은 옵션 속에서 진행이 되면서 초고층 빌딩 디자인이기에 구조 사장과의 토의 속에 세 개의 디자인 방향이 정해졌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 브루즈 칼리파를 구조 설계한 사장이었기에 그의 의견은 확실한 가이드를 주었다.

 실무 1은 항아리 형태를 가지고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 냈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최적의 형태였다. 실무 2는 구조적으로 형태적으로 특이한 삼각형의 구조시스템을 응용한 다양한 변형을 발전시켰고, 그리고 내가 실무 3이었다.  


앞에서 말했듯 오피스 빌딩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 이 정도 규모의 건물에서 엘리베이터와 설비, 계단이 들어가야 할 중심부 코어의 크기가 대략 30m x 30m가 필요했다. 이러한 코어의 크기에 실제로 사용하는 12m-15m의 오피스 스페이스를 놓으면 대략 타워의 평면크기는 60m 정도가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숫자들을 가지고 형태를 만들던 중에, 구조 사장이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워낙 큰 중심 코어크기이기에 코어를 조금 더 크게 만들면 그것으로 구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코어로 구조를 해결할 수 있기에 바깥쪽에 항상 놓이는 기둥들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둥 없이 중심의 코어에서 모든 하중을 잡아주고 오피스 바닥은 캔틸레버 되어 나오는 빔에 의해 지지되는 시스템이었다. 새로운 구조 시스템이었고 디자인 사장, 구조사장 모두 흥미로워했다.


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 했다. 건물의 형태를 만들 때 바깥쪽의 기둥들은 많은 제약을 만든다. 물론 낮은 건물들에서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는 구조적으로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기둥을 없앤다는 것이 건물형태의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표현하려 했다. 물론 오피스 스페이스의 효율을 생각해야 하기에 아주 큰 변화는 줄 수 없었지만. 아주 작은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변화를 주려 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커브를 외벽에 넣어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려 노력했다. 한국의 항아리 사진, 한복을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한국의 곡선이라 주장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의 최종안은 항아리 형태 속에 내가 만든 커브를 넣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위의 다이어그램에서 볼 수 있듯이 중간에 코어를 크게 해서 외벽에 기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조 시스템의 또 다른 장점은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매 층 기둥을 세우는 작업이 생략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결국 돈이 되는 건설상황으로는 큰 장점이라 주장했다.

초고층에서는 자연적으로 아랫부분과 윗부분에 기압차가 발생한다. 이를 이용하면 공기조화 설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었다.


이러한 곡면형태의 건물은 외벽디자인을 해결하는 것이 큰 관건이 된다. 곡면유리는 가격이 월등히 비싸기에 대안으로 콜드밴딩이라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콜드밴딩의 개념을 평판의 유리 자체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밴딩허용치를 이용해서 조금씩 조금씩 밀어서 만들다 보면 건물 전체적으로 곡면을 만들 수 있다. 얇은 종이를 세우면 자연스레 휘듯, 일반적으로 유리에서는 1%까지는 휘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4m의 유리의 경우 40mm를 휘게 해서 설치하다 보면 전체적으로는 곡면형태를 만들 수 있다. 아래의 다이어그램에서는 기존의 형태를 패널로 나누어 얼마나 휘어야 하는지 나타내는 그림이다. 

콜드밴딩의 개념을 설명한 목업. 세 모서리를 고정하고 한쪽을 밀면 유리는 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매일 회의가 만들어진다. 구조사장 다자인 사장이 이야기하고 있고 내 뒤통수도 볼 수 있는 사진을 찾았다.

마감 며칠 전날 최종안으로 만든 것이 커브가 이상하게 보였다(아래사진 왼쪽). 이미 다른 옵션들이 사라지고 최종안에 실무 1과 실무 2와 함께 하는 상황에서 내가 제일 연차도 낮고 파견이다 보니 밀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처음 제안한 커브는 아래 기준으로 중앙에서 시작해서 중앙으로 끝나는 커브였는데(아래사진 오른쪽), 다른 실무들이 만든 모형을 보니 모서리에서 시작해 모서리로 끝나는 것이었다. 결국 미팅에서 사장에게 이야기해서 내가 했던 커브로 다시 바꿀 수 있었다.  

최종모형, 슬리퍼라 부른 아랫부분도 타워형태를 이용해 내가 디자인했다.

회사에서는 모두들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결국 컴페티션에서 선택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선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 앞서가는 구조 콘셉트이었고 외벽 콘셉트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그때 선정되었던 다른 회사도 서울시에서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아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없었고 내게는 또 하나의 계획안으로만 남을 프로젝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사장에게 개인적인 감사 메일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것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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