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5세의, 70세의 나에게..
어릴 적 티브이 속 반복되어 나오는 광고들 속에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매번 같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녹음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내겐 한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고 지금까지 그때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라디오의 원리를 배우며 내 주변에, 내가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내 곁에 많은 전파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했다. 라디오를 켜고 지직 거리는 소리 속에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맞추면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고, 노래가 나왔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전파를 보내고 그것을 받는다는 것은 지금도 내게 신기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어렵다.
미국에서 중국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나면 영수증과 함께 주는 포춘쿠키가 있다. 조개모양의 과자 속에 들어있는 작은 종이에 쓰여 있는 글들.. 곧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야, 곧 재미난 일이 생길 거야, 곧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일이 생길 거야.. 같은.
유학생 때 이성을 찾기 위해 갔던 교회의 성경공부시간에 돌아가면서 성경책을 넘겨 그 페이지에 나오는 첫 번째 문장이 하나님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 하면서 소리 내 읽고 그 의미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종교에 그리 믿음이 없었던 내겐 너무 인위적, 작위적이란 생각을 했지만,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야기 속에 교감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있다.
어느 날 우연한 말 한마디, 글한마디가 갑자기 내게 크게 다가오는 것은 외부에서 내게 준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스스로의 결핍, 혹은 갈망 속에 내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그런 의미로 성경책 속의 글들을 보고 내게 의미를 찾는 행동과, 포춘쿠키의 글들을 보며 믿으려는 행동과, 라디오 다이얼을 돌려 내가 원하는 채널을 찾는 나의 모습을 보았고,
그런 의미로 성경책 속의 글들을 보고 의미 없다 애써 말하는 행동과, 하찮은 포춘쿠키의 글들에 흔들리지 않으려 열어보지 않는 행동과, 너무 많은 라디오 채널 속에 다이얼을 돌려 찾다가 끝났던 나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 전 보았던 유튜브 릴에서
지금 내가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었다.
한 명은 15세의 나에게..
그리고.. 70세의 나에게..
15세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후회 없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70세의 나에게 지금의 나의 생활이 후회 없이 살고 있다 말하기가 주저하게 된다.
과거에 대한 미화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 생각하다가도,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내게 의미로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