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깊은 것이다.. 그리고.. 자주 오지 않는다.
외국 프로젝트를 할 때는 보통 일주일을 다녔지만 국내 프로젝트를 하게 되니 당일치기 출장이 가능해졌다. 아침 6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2시간 거리 워싱턴에 가서 미팅을 하고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니 저녁 10시 정도가 되었다. 이런 스케줄이 가능하구나.. 아침에 회사 가서 야근하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처음 경험한 당일치기 출장이었다. 두 번째 방문한 워싱턴 도시었지만 공항에서 워싱턴 지사로 가고 오는 각각 한 시간 정도 차에서의 시간이 도시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점심은 회사에서 주문한 샌드위치를 먹었고, 샌드위치 브랜드도 시카고에 있는 거라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32개의 지사들을 회의 장소로 쓸 수 있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낯설지만 매일 보는 회사로고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하니 뭔가 익숙한 기분..
미팅을 한 사람들도 화상으로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었고 대부분 서로 처음 만나 인사하는 관계들이었다. 워싱턴,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시카고에서 몇 달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만나는 시간,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을 느꼈다.
유일한 일탈은 가고 오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한편씩 본 것.
최신영화 목록에서 찾아가는 길에 다디오(Daddio)라는 영화와 오는 길에 청춘 18x2 이란 영화를 봤다.
다디오는 뉴욕공항에서 내린 여성이 택시를 타고 다운타운까지 가는 길에 나누는 대화가 전부인 줄거리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고 다시 만날 사이도 아니기에 주변사람들에게 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비밀들을 나누는 이야기. 있을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으면서 있을 수 없는 현실일 것 같은 영화였다.
숀팬은 있을 수 있는 택시기사로 보였지만 다코다 존슨 같은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보이는 얼굴 표정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개봉이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주인공 여자가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귀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 그런 건가 추측해 본다. 다디오란 말이 무엇인가 짧게 찾아보니 대디, 아빠를 부르는 말이라 나오고 주인공 여자가 사귀는 남자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에서 온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성장하며 친아빠에게 결핍된 스킨십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으로 불륜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지 그런 설정이 그리 크게 거부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 상황들 중에 하나..
돌아오는 길에는 청춘 18x2라는 일본과 대만 합작영화를 보았다. 한국에서도 개봉된 걸로 알고 있는데, 뻔한 스토리였지만 재미있었다. 이영화 때분에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게임개발 회사로 성공했다가 회사에서 밀려나 고향으로 쉬러 온 대만 남자가 18년 전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 연애했던 여자의 흔적을 찾아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이야기 이기도 하고,
죽을병을 가진 일본 여자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알고 대만에 놀러 갔다가 잠시 일을 하러 찾아간 노래방에서 만난 18살 대만 남자과 짧게 연해하고 헤어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남자의 시선에서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여자의 시선으로 같은 상황을 이야기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고 맘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내가 많이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영화였던 것 같다. 남성의 시선으로 이해되지 않던 여성의 말이나 행동이 마지막에 여성의 시선으로 설명해 주면서 이해가 되는.
내가 아직도 이런 영화에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하며 시작했는데, 울진 않았지만 눈시울이 잠깐 찐 해질 정도의 감정은 남아 있었다.
사랑은 깊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주 오지 않는다.. 는 고현정의 말이 내게 들어왔다.
그래서 사랑 한 번 해보고 지나간 청춘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싶다.
깊은 사랑이었기에 그리고 이젠 다시 올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