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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Mar 07. 2023

입사

SOM  시카고 오피스

건축 대학원 석사를 졸업할 즈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학교에서 작업했던 프로젝트들로 샘플워크를 만들어 여러 건축회사에 보내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부분의 건축 석사과정으로 유학을 온 사람들은 박사 진학보다는 석사 후 취직, 경력을 쌓고 미국 건축사를 목표로 미국 유학을 선택한다. 


건축은 어떤 분야보다도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로서 매년 졸업시즌마다 매번 다른 분위가 만들어져 모든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내가 졸업하기 전 해에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취직을 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시카고에서 잡을 찾지 못해 타주로 옮긴 상황이었다. 다행히 내가 졸업할 즈음에는 경기가 나아지고 있었고, 제일 먼저 시카고에 있던 10개의 회사에 샘플워크를 보냈고 그중에 3군데에서 인터뷰요청이 왔다.


첫 인터뷰, 태어나 처음 구직 인터뷰를 하는 경험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 역시 내 포트폴리오의 메인은 초고층 설계였고, 내 졸업작품의 건물 형태에 관심이 있어했던 시니어 디자이너는 내게 많은 호감을 보였다. 인터뷰 후에  더 높은 위치로 보이는 나이 든 한분이 들어와서 현재 회사에 초고층 프로젝트가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초고층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말하면서 왠지 잘못된 답변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인터뷰, 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나서 인터뷰하는 사람이 첫 번째 인터뷰어처럼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인터뷰를 마치고 당장 뽑을 상황은 아니나 얼마 있다가 자리가 나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고, 난 예의상 한 말이라 생각했으나 후에 진짜로 연락이 왔었지만 이미 세 번째 했던 인터뷰 후 승낙을 한 상황이라 거절하게 되었다.


세 번째 인터뷰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이자 제일가고 싶었던 회사. 

인터뷰 당시 회사가 무척 바빠 보였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는 않았고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지금 지어지고 있는 프로젝트 중에 비슷한 것이 있다며 로비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다행히 나를 좋게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인터뷰 후에, 회사에서 연락이 갈 거라는 뒤뜸을 해주어 기대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앞에 했던 두 번의 인터뷰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발표를 할 수 있었다.

5월 졸업, 6월 입사, 

내가 입사당시 공사 중이었다

얼마 후 HR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6월 7일부터 회사를 시작했다. 회사를 입사 후 OPT과정을 건너뛰고 취업비자(H1)를 바로 지원했고 별문제 없이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취업비자는 뽑는 방법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내가 지원할 당시는 매년 10월에 일 년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오픈되고 지원자가 정해진 인원에 찰 때까지 접수를 받는 시스템이어서 6월 입사했기에 인원이 차기 전에 서둘러 지원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매년초에 모든 지원자를 받아서 추첨으로 결정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보통 OPT과정 중 3번의 기회가 있으며 이 3번을 모두 탈락할 경우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내 첫자리에서 보이는 풍경. 창문너머로 미시간 호수가 펼쳐져 있다. 회사가 리노베이션을 해서 이렇게 좋은 뷰의 자리는 그 뒤로 얻지 못했다. 신입에게 이런 자리를 준다는 것에 처음 들어가 놀랬던 일중에 하나. 회사의 수평적 관계를 보여준다. 두 명의 스튜디오 헤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경쟁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인생을 살면서, 개인의 능력 혹은 노력은 어느 일정 부분까지이고 마지막은 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와 같이 졸업했던 많은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시기에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의 인터뷰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나만 선택이 되었다. 솔직히 인정하지만 내 포트폴리오가 그들보다 나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보다 며칠 일찍 인터뷰를 했던 한 친구는 인터뷰를 할 당시 인터뷰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사람이 너무 바빠 밑에 사람을 대신 보내 그 친구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결정권자가 볼 기회가 없어서 제대로 된 인터뷰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 결과는 내 의지로 만들 수 없지만, 그 마지막 결정의 순간까지 작은 희망을 포기해 버리지 않고, 때론 자신만의 합리화를 통해 밀고 나갔던 것, 그것이 특별히 대단한 능력도 없었던, 영어를 제일 싫어했던 내가 유학을 나오고 지금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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