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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Cloud Mar 15. 2023

킹 압둘라 이코노미 시티 프로젝트

2006년 

나의 첫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12.8 밀리언 제곱미터, 서울의 1/3 정도 크기의 도시를 세우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다루는 프로젝트의 스케일을 느끼게 해 주었던 프로젝트였다. 17년이 지난 지금 일부는 지어졌고 여전히 개발 중이다.

처음에 도시계획팀이 하던 프로젝트였고 내가 입사했을 때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건축 스튜디오에서 맡아서 하고 있었다. 지도에 물고기 모양의 선을 경계로 중심 업무지구, 주거지구, 교육문화지구를 구분했고 단계를 나누어 개발하도록 했다. 한두 명이 커다란 단지를 하나씩 맡아 마무리 랜더링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들어가서 도시계획하는 방법을 보고 참 원시적이란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지도 위에 그림을 그리고 스티로폼으로 박스를 만들어 쌓으면서 도시의 스카이 라인 만들고 토론한다. 계획하는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박스 모델을 끝내고 나면 사진을 찍어 그 모형에 맞게 3D를 만든다.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면 건축팀이 들어가 컨셉에서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 디테일을 넣고 랜더링을 한다.


첫 출근 전날, 내 인생의 첫 직장이었고 외국회사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걱정하다가 어떻게 구조에서 일한다는 한국 사람 연락처를 얻어 전화를 했다. 지금 남는 기억은 하나도 없지만 걱정하면서 이것저것 물었던 기억이 있다. 회사에 들어와서 회사사람들의 사진이 들어간 팸플릿을 보다가 우연히 알고 있는 한국 사람의 얼굴을 보고 찾아가서 이야기해 보니 내가 전날 통화를 했던 사람이었다. 대학교 때 건축과 1년 선배였는데 대학원에서 구조를 복수 전공해서 구조파트로 입사해서 일을 하던 분이었다. 

세상 참 좁단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번은 회사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 앞 대로에서 우연히 대학교 때 알고 지내던 교수님을 지나가다가 만난 적이 있었다. 미국, 시카고 길에서 그렇게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지.. 


입사 첫날 바벳이라는 사람에게 배정되어 일을 했다. 첫날부터 야근을 하고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였는지 둘째 날 두통이 엄청나게 왔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아프다고 할 수 없어서 두통이 난 상태에서 일을 해야 했다. 힘든 둘째 날이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King_Abdullah_Economic_City

 

마스터플랜
Rendering copyright by SOM


Rendering copyright by SOM
랜드마크 타워 (Rendering copy right by SOM)

 처음에 교육 문화 지구를 맡은 사람 밑에서 이것저것 시키는 일들을 하는 하다가 500m, 300m 랜드마크 타워를 하던 담당자에게 눈에 띄어 그쪽으로 가서 열심히 타워 3D 모형과 모델을 만들었다. 당시에 3D는 아직 라이노가 대중화되기 전이었고, 3D 캐드나 스케치업을 이용해 모형을 하고 맥스를 이용해 랜더링을 했었다. 모델도 많이 만들었는데 모형 작업에도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 대신, 얇은 아크릴 판을 레이저 커터로 잘라 열심히 쌓아 올려 건물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신입으로서 말이 많이 필요 없는 모형으로 성과를 보일 수 있어서 많은 시간을 모델을 만들며 보냈던 것 같다.


도시계획에서의 보이는 랜드마크 타워는 누구나 지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얼마나 높은 빌딩이 드러설 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 별로 디자인이나 테크니컬 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 오히려 형태의 자유로움이 있었다. 당시 아르헨티나 출신 젊은 디자이너가 랜드마크 타워를 디자인했고, 난 그 밑에서 열심히 모델을 만들었었다. 덕분에 그 친구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도 계속 타워 디자인 쪽에 포함되어 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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