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끔 안 하던 것을 해도 괜찮아요
만난 지 10년 정도 된 체리는 비숑프리제 견종이다. 주차장에 차가 도착하는 모습을 보고 입구로 나가서 체리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체리 잘 지냈지요?”
반갑게 문을 열고 나가서 체리를 맞이했습니다. 체리는 작은 체구와 늘 엄마 품에 안겨서 땅에 발이 닿을 일이 없습니다. 한달에 한번 체리는 나에게 미용과 목욕 관리를 받으러 옵니다.
“체리가 요즘 이상해요.. 혼자 있으려고 하지 않고 뭔가 힘도 없어진 것 같아요..”체리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근황을 공유해줍니다.
“밥은 잘 먹나요? 산책은 어떻게 해주세요?”나는 일상에 대해 먼저 물어보고 파악하려고 합니다.
“산책은 못하지만 배변활동 하는 정도만 바깥에서 걷고요. 밥은 잘 먹는데 잘 서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려요. 애기가 10살인데 이제 와서 다리 수술할 수도 없잖아요. 수술하고 혹시 잘못될까봐 무서워요. 저 어떻게 해요.”
체리는 발에 뭐가 묻는 게 싫어서 산책의 개념은 전혀 없었는데 땅을 딛고 걸으며 몸의 균형이 되도록 골고루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수년간 추천을 하고 권유했고 결국 배변을 핑계로 체리의 바깥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체리 오늘 목욕하면서 마사지도 조물조물해주고 어디 불편해하는 곳은 없는지 살펴볼게요. 다녀오세요~”
체리의 목욕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것이 없는 컨디션으로 보였지요. 체리는 몸에 근육이 거의 없어서 다리에 힘을 지탱하고 서는 것이 힘들었고 안아주고 다독여주며 목욕을 진행했습니다. 강아지 친구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정도 만나다 보면 이 친구들의 표정과 눈빛을 보면 나는 알 수 있지요. 눈을 지긋이 뜨고 꿈뻑입니다. 긴장이 풀어지고 노곤한것 같습니다. .
너무 신기한 일이지요? 이것이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 하며 그들에게 느껴지는 따뜻한 교감입니다. 강아지 친구들에게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눈빛과 입모양과 얼굴의 전체적인 표정으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몸으로 하는 표현에서도 당연히 느낄 수 있지요. 경계하는지, 긴장하는지 나에게 기대고 싶은지, 나와 소통이 잘 된다고 느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체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목욕을 잘 마치고 엄마를 만났습니다.
“체리는 컨디션 괜찮아 보여요. 목욕할 때가 되어서 불편했을 수도 있었겠어요.”
“원장님.. 저는 체리 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요.. 체리 없는 하루하루는 생각도 하기 싫어요..”
하... 이런 이야기를 3년 전부터 했던 것 같습니다. 보호자와 나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잠시 먼곳을 보고 눈물을 삼킵니다. "그런 이야기는 우리 하지 말아요...", 그렇게 이야기를 종종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대화가 체리의 바깥 활동에 영향을 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양육을 해야하니까요.
사실, 체리는 한 번도 발에 흙이나 모래가 묻어서 저를 만나러 온 적이 없었습니다. 아주 깨끗하게 체리엄마가 관리해주기도 하지만 더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도 있어요.
어찌 될까 봐 체리를 바닥에 내려놓기 불안하다고 습관처럼 말씀하셨는데요. 하지만, 제가 만난 체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가끔은 흐트러지고 안 해봤던 일탈을 해보는 것이 사람에게도 필요하듯 강아지 친구들에게도 필요합니다.
익숙함은 머무르게 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며 도전을 망설이게 할 때가 있는데요.
반려견 미용 일을 하면서 이렇게 긴 시간 강아지 친구들과 보호자를 만나는 것은 큰 복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달 강아지 친구들의 보호자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호자에게 전한 메시지가 강아지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데 영향을 미칠 수가 있습니다. 두려워 하지마세요. 아이들을 믿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나에게도 큰 에너지와 삶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오늘도 강아지 친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공유하기 위해 더 큰 눈으로 귀 기울이고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