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 처럼 달리기 하자.

by 밀잠자리

"도대체 뭘 먹고 그렇게 건강해진 거야?" "달리기하면 정말 그렇게 살이 빠지나?" "나도 지금 시작하면 너처럼 될 수 있을까?"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과거의 출렁거리던 뱃살과 축 처진 어깨를 기억하는 지인들에게, 지금의 단단해진 종아리와 활력 넘치는 내 모습은 꽤나 신선한 충격인 모양이다. 그들의 눈빛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나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불씨가 일렁인다. 나는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부채질을 해주는 심정으로, 내가 어떻게 달리게 되었는지, 처음엔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즐거움으로 달리고 있는지 신나게 떠들어댄다. 마치 전도사가 된 기분으로 "믿어봐 달리기는 배신하지 않는 다니까."라고 설파하면,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장이라도 운동화를 사러 갈 기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열정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만난 그들의 눈빛은 미묘하게 변해 있다. 동경의 눈빛은 '체념'으로, 희망의 불씨는 현실 자각이라는 찬물에 식어버린 재로 변해 있다. "야, 너 보스턴이니 시카고니 대회 나가는 거 보니까 대단하긴 한데... 나는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 "애들 키우랴, 회사 다니랴, 주말엔 경조사 챙기랴... 당최 운동할 시간이 안 나." "무릎도 좀 시원찮은 것 같고, 나이가 드니까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그들이 털어놓는 수만 가지 못 하는 이유들을 듣고 있자면, 솔직히 이해가 간다. 나라고 왜 모르겠는가. 나 역시 그들과 똑같은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일에 치이고, 육아에 털리고, 주말이면 소파와 한 몸이 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는 아저씨다. 그들의 사정이 핑계라고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 사정들이 영원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것이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나는 꼰대처럼 "의지 문제야!"라고 일갈하는 대신,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시간이 없으면 하루 딱 20분만 투자해 봐 거창하게 마라톤 풀코스 뛸 생각 말고, 그냥 동네 한 바퀴 산책한다고 생각하고. 그 20분이 쌓이면 분명 변화가 올꺼야."


나는 끊임없이 나의 흑역사를 공유한다. 군대에서 선임 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약골 시절, 회사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뛰던 시절, 처음엔 1km도 못 뛰어서 헉헉대던 그 볼품없던 모습들. "나도 처음엔 엉망이었어. 너랑 똑같았다니까." 이 말은 겸손이 아니라 팩트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들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다. 함께 뛰어주고, 운동 후 시원한 이온 음료를 나눠 마시며 "오늘 완전 나이쓰!"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운동을 이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열 명 중 한두 명 남을까 말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계속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그들에게 동기부여라는 경험치를 나눠주고 싶다. 마치 게임 속 파티원에게 힐을 넣어주듯, 그들이 언젠가 스스로 달릴 수 있는 헤르메스의 신발 아이템을 장착할 때까지 돕고 싶은 마음이다.


왜냐하면, 나는 우리가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의 그 마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처음 두발자전거를 배우던 날을 떠올려보자. 동네 아이들 중 처음부터 보조 바퀴 없이 쌩쌩 달리는 자전거 신동은 없었다. 우리는 모두 네 발 자전거로 시작했다. 덜그럭거리는 보조 바퀴에 의지해 페달을 밟다가, 어느 날 보조 바퀴를 떼어내면 공포에 질린 채 비틀거렸다. 핸들은 제멋대로 춤을 추고, 자전거는 자꾸만 옆으로 쏠린다. 그때마다 땅을 짚은 발로 중심을 잡고, 뒤에서 잡아주는 부모의 손길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놓으면 안 돼! 절대 놓지 마!" "그래, 잡고 있어. 걱정 말고 페달 밟아!"


그렇게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등 뒤가 허전해진다. 뒤를 돌아보면 아빠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렇지! 잘한다! 혼자 타고 있잖아!" 내가 스스로 균형을 잡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두려움은 짜릿한 쾌감으로 바뀐다. 그 성공의 기억, 내 몸이 스스로 중심을 잡고 바람을 가르던 그 첫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달리기도 자전거와 똑같다. 처음부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처음엔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폼은 엉망이다. 마음의 보조 바퀴가 필요한 시기다. 누군가가 옆에서 "잘한다, 조금만 더!"라고 외쳐주는 응원이 필요하고, 힘들면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의 몸은 자전거 핸들로 균형을 잡듯, 달리기라는 행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 몇 번 넘어졌다고 해서, 처음 몇 번 숨이 찼다고 해서 "난 달리기랑 안 맞나 봐"라며 영영 운동화를 벗어버린다면, 그것은 평생 자전거를 못 타게 되는 아이와 같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아이가 한두 번 넘어졌다고 해서 "에이, 자전거 재미없어. 안 타!"라고 때려치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넘어지는 아픔보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재미가 훨씬 크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형들처럼 멋지게 탈 수 있다는 희망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달리기도 그래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비장할 필요 없다. 새해 첫날, 강추위 속에 나가서 "올해는 기필코 살을 빼리라!"며 죽도록 달린다면? 장담하건대 작심삼일은커녕 작심하루로 끝난다. 그건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를 태풍 속으로 밀어 넣는 것과 같다. 고통스러운 기억만 남은 뇌는 달리기를 회피해야 할 고문으로 인식해 버린다.


그러니 부디,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가장 날씨 좋은 날, 가장 편안한 옷을 입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시작하시라. 숨이 차면 걸어도 좋고, 힘들면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강아지를 구경해도 좋다. 중요한 건 속도나 거리가 아니라, 오늘 내가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주던 자전거가 어느 순간 혼자 굴러가듯, 당신의 달리기도 어느 순간 궤도에 오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 공기를 마시러 나가게 될 것이고, 여행 가방 한구석에 러닝화를 챙겨 넣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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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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