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다시 서울로
재하는 수도권의 작은 대학에서
마지막 학기를 마친 후, 졸업식까지 마무리했다.
며칠간 자취방을 정리하고 짐을 꾸린 뒤, KTX에 올랐다.
봄 햇살이 차창 너머로 비쳐오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친구들과의 작별 인사를 떠올렸다.
웃으며 작별했던 얼굴들, 그리고 마음 한편에
남았던 씁쓸함.
‘잠깐이면 될 거야. 금방 취업해서 다시 보러 가자.’
하지만 그 ‘잠깐’이 3년이 되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고,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그의 집은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부모님은 그가 올라온 무렵, 근처에서 작은 동네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장사가 여의치 않아 결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전환했다.
외관은 깔끔해졌지만 수익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재하는 낮에는 가게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각종 취업 정보를 검색하거나 이력서를 쓰곤
했다.
몸은 부모님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불안 속을
떠돌았다.
어느 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뭐였지?’
그날 저녁,
식탁에 마주 앉은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 나… 이번 달 말쯤 독립해 볼까 해.
고시원도 좀 알아봤어.”
어머니는 놀라지 않았다.
잠시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해. 아직 취직도 안 됐잖아.”
“그래서요. 더 늦기 전에, 내 힘으로 뭔가 해보고
싶어서.”
그 말 뒤엔 수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역시 그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그는
느끼고 있었다.
며칠 동안 고민은 이어졌다.
어머니는 그에게 하루 이틀 더 생각해 보라고 했고,
그는 골목을 걷고, 인터넷으로 고시원을 알아보며
자신을 설득해 갔다.
며칠 동안 고민은 이어졌다.
그는 고시원 정보를 검색하고 직접 발로 뛰며 방을
둘러보는 동안 마음을 다잡아갔다.
그렇게 하루를 돌아다닌 끝에 한 곳을 정했고,
다음 날 아침 짐을 챙겨 현관 앞에 섰다.
어머니는 말없이 따라 나와 한 손에 작은 가방을
들어주었다.
“김치 하고 밑반찬은 따로 챙겨 놓을 테니까,
꼭 가져가. 응?”
“응, 알겠어요.”
택시가 도착하자 재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조용히 차량에 올랐다.
짐이 많아 버스를 타기는 어려웠다.
창밖으로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재하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조수석 쪽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빛과 마주쳤다.
‘여기서부터다.’
택시는 고시원 앞에 멈췄다.
작은 출입문, 오래된 벽, 희미한 간판.
짐을 내리고, 문 앞에 섰다.
그리고 아주 작게, 입술 사이로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다시 해보는 거야.”
그날 밤, 재하는 노트북을 열고 아르바이트 공고 사이트를 들여다봤다.
편의점, 커피숍, 일반 음식점까지,
눈에 들어오는 건 전부 클릭해 가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날은 그렇게, 다시 아르바이트를 찾아본 밤이었다.
**오늘은 꺼내보기, 연재 웹소설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예의 있는 반항》.
재하가 살아가는 ‘예의 있는 반항’을
함께 응원해 주세요.
매주 수요일에 꼭 찾아뵙고,
주중에도 자주 꺼내보려 합니다.
오늘은 꺼내보기.
너도 꺼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