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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1부✧예의 있는 반항✧빛을 잃은 일상의 언어02화

짐 정리와 전화 한 통

by bluedragonK


고시원의 첫 아침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좁지만 나름대로 깨끗한 방 안. 새하얀 벽지와 작은 책상, 모니터 위에 걸린 헤드폰, 구석엔 반쯤 열린 캐리어 하나.
밤새 그의 낯선 꿈을 담아둔 채, 숨을 고르는 듯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벚꽃이 느리게 흩날리고 있었다.
분홍빛 잎들이 바람에 닿을 때마다, 유리창에 미세한 흔적이 남았다.
재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처음 자는 공간이라 뒤척인 밤이었다.
하지만 아침은 이상하리만큼 담백했다.

고개를 돌리니 작고 흰 문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과 샤워부스. 있을 건 다 있는 구조였다.
그는 잠시 그 문 앞에 멈춰 섰다. 낯선 냄새, 세제의 향, 어제 들고 온 수건 한 장.
모든 것이 새로워서, 오히려 낡은 기억이 떠올랐다.
방 한켠, 접이식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어딘가 낯설었다.
어제와 같은 얼굴인데, 어제의 세상은 아니었다.

물 한 컵을 들이켠 뒤 그는 침대에 앉았다.
책상 위 커피포드에 물을 올리고, 전원을 눌렀다.
잠시 후, “푸슈—” 하는 김의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 소리가 어쩐지 위로처럼 느껴졌다.
아직 세상은 그를 잊지 않은 듯했다.


핸드폰을 라디오처럼 켜두었다.
낡은 이어폰 선을 귀에 걸자, 익숙한 R&B 리듬이 천천히 번졌다.
가사 하나하나가 어제의 감정과 겹쳐졌다.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네 속도대로 가면 돼.’
그는 눈을 감고 잠시 노래를 들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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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예의 있는 반항〉을 연재 중인 창작 스토리 작가입니다.일상의 언어와 사람 사이의 온도를 다루며, 한 문장이 다른 문장을 깨우는 세계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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