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밖으로, 다시 안으로
햇살이 길게 눕던 오후,
재하는 고시원 방 안의 창문을 열었다.
좁은 창 틈으로 바람이 스며들었고, 커튼 끝이 느리게 흔들렸다.
바깥에서는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먼 봄 냄새가 흘러들었다.
그는 커피 잔을 들어 올렸다.
식지 않은 향이 방 안에 퍼졌다.
어제보다 덜 낯설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형, 오늘 저녁 시간 어때?”
민규였다.
두 살 어린 동생.
같은 동네에서 자라며 늘 재하를 따라다니던 녀석이었다.
이젠 말투에 거리감이 좀 생겼지만, 여전히 밝고 솔직했다.
그는 잠시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답장을 보냈다.
“시간 돼. 고시원 앞에서 보자.”
전송 버튼을 누르고도 휴대폰을 한참 내려놓지 못했다.
햇살은 벽을 타고 길게 늘어졌고,
창문 너머로는 봄의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재하는 거울 앞에 섰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고,
평소보다 단정한 셔츠를 입었다.
목덜미에 향수를 한 번 뿌리고,
운동화 끈을 조여 묶었다.
문을 나서기 전, 책상 위 노트북 불빛이 깜빡였다.
그는 잠시 그 불빛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금방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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