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두 갈래로, 현실은 그대로
전날 밤의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재하는 느릿하게 눈을 떴다.
햇살이 커튼 틈으로 흘러들며 방 안을 비추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
단순히 숙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불을 밀쳐내며 몸을 일으킨 그는
어제의 밤을 떠올렸다.
민규, 성우, 그리고 낯선 여자들.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자신이 그 속에 있었지만,
마치 그 자리에 없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그건 단순한 후회가 아니었다.
방향을 잃은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자신조차 낯선 질문이었다.
그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천천히 캐리어를 열었다.
한쪽 구석에 아직 풀지 않은 짐들이 남아 있었다.
옷을 하나씩 개어 서랍에 넣고,
책을 책상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그는 스스로 중얼거렸다.
“그래, 어쨌든 살아야지.”
점심 무렵,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운 뒤
노트북을 켰다.
커피숍, 편의점, 음식점 세 군데에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보냈다.
타자를 치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는 잠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시밭길일지라도, 최소한 내가 고른 길이잖아.’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해가 기울 무렵,
문자 알림이 떴다.
“형, 어제 잘 들어갔어?
진지한 것도 좋지만,
가끔은 예전처럼 좀 놀아야지. 진심으로.”
민규였다.
짧은 문장, 가볍지만 묘하게 남는 여운.
재하는 폰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창밖에는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대로 가야 하나,
아니면 잠시 멈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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