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가운 5월 첫 주말, 어버이날도 곧 다가오고 해서 부모님 찾아뵈러 충주에 갔다.
미국에 연수 간 오빠네 식구 빼고 언니, 동생 가족 모두 모여 부모님 모시고 목행동 장어 전문점에서 거대하게 점심을 먹었다. 숯불에 구워지는 장어가 먹음직스럽다. 부모님, 아이들 할 것 없이 맛있고 흐뭇했던 점심식사.
식사가 끝나갈 무렵 유채꽃구경 가자는 막내 동생의 말에
‘그냥 집에나 가자’는 아빠.
결국 모두 시골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숙면모드. 하지만 어른들은 이래저래 바쁘다.
앞마당 텃밭엔 상추, 배추, 쪽파, 쑥갓, 방풍나물, 도라지가 봄볕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큰언니는 겉절이 해 먹자며 손바닥만 한 배추 순을 솎아낸다.
큰 것은 놔두고 못난 것들만 솎아내니 엄마가 한 말씀하신다.
‘봄배추는 좋은 것을 솎아내고 가을배추는 나쁜 것을 솎아내는 거야’
‘진즉 말해주지’
가을배추처럼 김장해서 오래 먹을 것이 아니기에 봄배추는 좋은 것을 솎아내어 그때그때 젤 맛있게 먹어야 된다는 것이다.
작은 언니는 엄마가 딸들 오면 주어야지 하며 몇 날 며칠 집 근처 산을 돌며 뜯어오신 봄나물을 다듬고, 큰 형부, 작은 형부는 집 주위 두릅나무 가지에서 새순을 잘라온다.
그러고도 힘이 남는지 개울가로 미나리 새순 베러 가자며 두 부부는 차를 몰고 나간다.
‘참 힘이 남아돈다’ 싶다. 그냥 있어도 피곤하건만...
30분 남짓 지나자 한 아름 미나리 뜯어 온 큰언니, 작은 언니 부부.
연하디 연한 미나리 잎에서 나온 향기가 앞마당을 꽉 채운다.
아이들은 잠들고,
어른들은 바쁜 5월의 첫 일요일 오후가 그렇게 지나간다.
이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
산에서 따온 봄나물, 개울에서 베어온 미나리, 집 주위에서 꺾어온 두릅, 텃밭에서 솎아 낸 여린 배춧잎이 한 줄로 서 있다. 신문지에 돌돌 말아 이건 청주 둘째 딸, 이건 분당 큰 딸, 요건 막내딸. 몫을 나눈다.
더 연하고 맛있는 것들은 청주 작은 언니네 몫으로 나눠주는 큰 형부.
지켜보던 엄마가 또 참견이시다.
‘사람이 이렇게 욕심이 없어서 어따써.. 여리고 좋은 건 다 동생들 주고 쇠고 맛없는 것만 가져가고.. 다시 반반 섞어서 나눠 담게,’
‘에이 장모님, 형제지간에 욕심부려서 뭐합니까. 이것도 맛있습니다. 허허허’
엄마는 기어코 둘둘만 신문지 풀어 작은 언니 몫의 두릅과 큰 형부 몫의 두릅을 반반 섞었다.
욕심 없는 큰 형부와 자식밖에 모르는 엄마의 즐거운 신경전은 이것으로 끝.
누가 이긴 것도 진 것도 없는 행복한 신경전은 이렇게 식구들이 모일 때면 반복되는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