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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굴 Oct 24. 2021

길거리에서 들리는 노래에 어느덧 내 몸은 둠칫 둠칫

흥이 많아지고 부끄러움은 없어졌습니다




 내가 다니는 댄스 학원은 마트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래서인지 학원이 끝나면 종종 마트로 장을 보러 가곤 한다. 전국의 마트 대부분이 그렇듯이(혹시 마트끼리의 협약이 맺어져 있는 것일까?) 배경음악으로 신나는 댄스 음악이 항상 나온다. 댄스 학원을 다니기 전에는 최신 유행하는 아이돌의 댄스 노래도 잘 몰랐기 때문에 정말 말 그대로 배경음악이었다. 하지만 학원을 다니고 난 후 부터는 달라진 점이 있다. 일단 첫 번째, 내가 아는 노래들이라 흥얼거리게 된다. 여기까지는 흔한 경우이니 오케이, 두 번째, 내가 춤을 배웠던 노래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그 동작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두 번째 경우는 주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때쯤 깨닫게 된다. 아 그런데 정말 이 몸이 들썩들썩 거리는 본능을 주체하기가 쉽지 않다. 나 이 파트 동작 너무 잘 아는데, 얼마나 열심히 했었는데! 장을 열심히 보다보면 또 어느새 여기가 공공장소임을 망각하고 또 살짝 살짝 춤을 추게 된다. 흥이 더 해지면 결국 남편은 잡고 있는 내 손을 스르륵 놓는다. 아마 일행임이 부끄러워서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둠칫둠칫에 대한 본능은 참을 수 없다. 





 그 다음 둠칫둠칫은 조금 위험한 때라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는 부분이다. 운전할 때 생기는 문제인데, 플레이리스트에 간헐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댄스 음악이 나올 때 일어난다. 내가 했던 노래, 특히 제일 참기 어려운 건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노래가 나올 때다. 나도 모르게 또 흥이 넘쳐나서는 춤 동작을 하게 된다. 온 정신을 운전에 집중하고자 애를 쓰지만 나도 모르게 들썩이는 어깨는 어떻게 하기 어렵다. 이 역시 남편은 '음주 운전보다 더 위험한 건 댄스 운전' 이라며 경계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역시 멈추기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은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으로 이 에너지를 발산해버리려 노력한다. 아니 내가 아는 노래가 나오는 데 춤을 안 추고 가만히 버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나도 내 100% 내 의지가 아님을 강력하게 표명하곤 하지만, 안전운전은 중요한 거니까. 나도 열심히 참으려고 노력한다. 





 여행을 가면 종종 호텔에 묵게 된다. 만약 그 호텔에 큰 거울이 있고 그 앞에 적당한 넓이의 공간이 있다? 그러면 볼 것도 없다. 일단 그 앞의 가구들을 대충 정리하고, 핸드폰을 준비한다. 내가 지금 현재 배우고 있는 노래, 혹은 직전에 배운 노래, 혹은 그냥 아무 노래를 틀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각 잡고 열심히 춤춘다. 춤은 출 수 있는 공간과 체력이 있을 때 춰야한다. 생각보다 큰 거울, 넓은 공간 이 두가지를 충족하는 곳은 잘 없고, 그런 곳이 나타난다면 한 번은 춤 추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물론 아니다). 한 번 가볍게 땀빼고 나면 꼭 호텔에서 런닝머신을 뛰거나 수영을 못 했어도 운동을 한 느낌이 들어 기분 좋다. 굳이 옷을 챙겨 입고 호텔 내 헬스장에 가거나, 수영복을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집, 학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춤을 추면 또 다른 느낌이 들어 새롭다.   




 

 지금은 많이 없지만, 코로나 시국 이전에는 연말 모임도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춤 추는 상황이 두렵지 않거든. 다들 노래는 열심히 부르지만, 역시 흥이 최고조에 달하게 만드는 데는 춤 만한 것이 없다. 다들 뭔가 몸은 들썩이고 싶고, 하지만 아는 동작이 없어서 결국 손뼉만 열심히 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달라졌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학원에서 가서 꼬박꼬박 추는 것이 댄스인데, 여기서 가볍게 추는 거? 나에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식 자리의 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이미 충분히 연습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출 수 있고, 그래야 제대로 분위기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몇몇 모임에서는 가끔 회식자리의 레전드로 가끔 언급되곤 한다.    





 남편, 친구들과 놀러가서도 마찬가지다. 밥 먹을 때는 그렇다치고 카페나 호텔 같은 곳에서 신나는 노래, 혹은 그루브가 있어 춤 추기 좋은 노래가 나오면 흥이 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흥은 가벼운 둠칫둠칫으로 표혀되곤 한다. 처음에는 놀라고 신기해하던 가족과 친구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생각보다 주변 사람은 힐끔 보는 정도지 그 이상의 관심은 없다. 결국 남은 나 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나는 기분이 좋아지면서 행복해지면, 그리고 그 때 음악까지 있다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게 된다. 물론 뭐 과격하고 격렬한 춤을 추는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살짝씩 어깨를 들썩들썩 하고 팔을 흔들고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 뿐이다.  





 춤을 추면 일상에서 나의 기분과 흥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언어 하나를 가지게 된다. 우리가 2개 국어, 3개 국어, 혹은 코딩까지 배우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언어를 배울 때, 가장 원초적인 몸의 언어인 춤이라는 표현방법은 잊고 산다. 춤을 추면서 일상에서의 흥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드러내게 되었고, 그러면서 내 감정은 더욱더 다채로운 색을 띄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몸이 들썩거리기 시작하면, 아 내가 지금 기분이 꽤나 좋구나를 알아챌 수 있다. 기분에 대한 이성적 인지 이전에, 먼저 몸으로 드러나는 나의 흥으로 느끼는 것이다. 내 감정에 몸을 쓸 수 있게 되면서 나의 삶은 조금 더 들썩거리게 되었다. 맛있는 걸 먹는다. 기분이 좋다. 자, 그럼 둠칫둠칫 몸을 흔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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