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개굴 Oct 24. 2021

언젠가는 완벽한 댄스 동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요

크롭티랑 조거팬츠도 샀는데....  





 댄스학원에서도 중급반에 익숙해져 갈 무렵, 동영상 촬영이 시작되었다. 어디다 올리거나 그런 건 아니고, 기록용으로 남겨보자고 한 댄스학원 선생님 말에 용기를 내서 찍게 된 영상이 이렇게나 나에게 큰 무게로 다가오게 될 줄은, 처음엔 정말 몰랐다. 




 춤을 내가 거울로 보는 것과, 영상을 찍어서 보는 것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되며, 좌우가 바뀌고, 거리를 두고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처음 보게 된 나의 댄스 영상은 정말 실망스러웠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이 없어보이고, 훨씬 뻣뻣해 보이고, 훨씬 어색해 보인다. 박자도 자꾸 틀리는 것 같다. 대충 슬쩍 넘어간 동작은 어김없이 눈에 확 들어온다. 문제는 사실 지금도 이 동영상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없다. 뭐 나야 유튜브에 댄스 커버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전공을 댄스로 한 것도 아니고, 본업을 따로 갖고 있으면서 취미로 하는 거라고 스스로 멘탈 관리를 해 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못 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안 찍으면 되지 않냐? 사실 안 찍어도 된다. 한 곡의 댄스 수업이 마무리되고 동영상을 찍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다. 내가 찍고 싶지 않으면 안 찍어도 된다. 근데 그게 또 그렇지 않다. 내가 기껏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어떠한 노래를 어느정도 외우고, 수업의 마무리 즈음에는 훨씬 능숙해져 있다.(처음보다) 그런데 이것을 아무 기록 없이 다음 노래로 넘어가면, 언젠가는 지금 배운 동작들이 잊혀진다. 대충 기억이 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만큼의 표현을 할 수 없다. 내가 했던 곡들이 어떠한 결과물도 없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또한 동영상을 찍는다는 그 신경쓰임으로 인해서 내가 조금 더 노력하게 된다. 오늘 조금 피곤하고 연습하기 귀찮아도 동영상을 찍는 날에는 단 십분이라도 미리 동작을 좀 더 숙지하고 맞춰보고 다듬어서 학원에 가게 된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그 순간 만큼은 긴장도 된다. 내가 추는 대부분의 춤은 나 혼자만 보기 때문에 사실 상관없지만, 영상으로 남긴다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어느때보다 최선을 다하게 된다. 좀 더 힘을 주고 박자를 신경쓴다. 촬영 된 동영상에는 내가 모르던 나의 단점들이 잘 보이기 때문에 나의 춤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고칠 부분을 알게 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습관들이 있는데, 이는 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 같은 경우는 살짝 박자가 급한 것이 습관이었다. 긴장하게 되면 여유가 없어지면서 충분히 가져가야하는 박자를 너무 급하게 가져가기 때문이었다. 동영상을 찍기 전 까지는 잘 몰랐던 부분이었다. 거울을 보면서 하니까 내 댄스에만 집중하게 되어 다른 사람들의 박자를 못 보았다. 그래서 내가 빠른지 느린지 느끼지 못했었는데, 동영상을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살짝 빠른 나의 속도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 이후로는 조금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 이외에 가끔 팔에 힘이 없이 덜렁거리는 것과 턴을 돌 때 비틀 거리는 것도 전부 동영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뼈 아픈 단점들인 부분이지만, 일단 인지를 하게 되어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다.  




 댄스 학원을 다녀오고 나서 복습하고, 그리고 가기 전에 연습을 하게 된 것도 동영상을 찍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냥 단순히 동작을 따라하면서 그 수업 시간을 내면 그만이었는데, 동영상으로 결과가 남으니 그럴 수 없었다. 연습을 열심히 하고 찍었던 영상들과 그렇지 못하고 동작 외우기에 급급한 마음으로 찍었던 영상들의 춤이 완전히 달랐다. 연습을 충분히 하면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은 영상을 촬영할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 춤에 몰입이 되어 있으면 그게 영상에서도 보인다. 




 동영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복장도 아예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초반에는 집에 있는 큰 티셔츠와 운동할 때 입는 레깅스를 주로 입고 갔었다. 다행히 내가 댄스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레깅스가 유행해서 크게 어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동영상을 찍으면서 점점 시간이 흘렀고, 어느샌가 유행은 벙벙한 핏의 트레이닝 팬츠와 크롭티로 바뀌었다. 요즘 인기 있는 여자 아이돌의 안무 연습 영상을 보면 대부분 크롭티와 트레이닝 팬츠를 입고 있다. 댄스 동영상에서 중학생 친구들은 전부 그렇게 입는 데 나만 레깅스 차림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춤을 춰도 뭔가 힙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 불만족 스러웠다. 내 나이에 크롭티 괜찮을까 싶긴 했는데, 댄스학원에서는 이게 TPO였다. 춤을 출 때 정해져 있는 복장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이 특정 착장을 많이 입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결국 나는 인터넷으로 크롭티와 조거팬츠를 주문했다. 막상 받아보니 요즘 트레이닝 팬츠는 배꼽을 덮어줄 정도로 하이웨스트로 나오기 때문에 뱃살이 보일 일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유행하는 복장을 입고 가면 댄스학원에서도 훨씬 자신감이 생긴다. 춤은 동작을 멋지게 추는 것이고,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복장도 꽤나 중요하다. 그 중요한 복장이라는 것은 미니스커트나 힐을 신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편안하지만 특유의 그 그루브 넘치는 느낌이 중요하다. 댄스 학원에서 크롭티와 트레이닝 팬츠를 입다보니,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입다보니까 그 모습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일상복에서도 크롭 니트나 하이웨이스트에 와이드핏의 청바지를 사 입게 되었다. 친구들이 내가 입은 옷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며 일단 놀란다. 그 유행을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참 신기하게 생각한다. 나도 댄스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면, 이런 패션에 익숙하지 않았을 거고, 그랬다면 시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주변 30대 중반 또래의 패션을 입고 있지 않았을까? 댄스 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아이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에 대해 좀 더 접근성이 높아졌다. 유행을 무조건 따르는 게 옳은 건 아니지만, 유행하는 트렌드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다양한 건 내 삶을 좀 더 젊게 만들어주었다. 




 당장 이번주에도 동영상 촬영을 하는데, 아직 연습을 많이 못 해서 걱정이다. 하지만 또 동영상 촬영을 위해 아이돌 안무 영상을 챙겨보고, 예습하고, 복습하고, 시간날 때마다 연습하다 보면 저번 보다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촬영 할 수 있지 않을까. 




퀸덤의 Power 안무. 많이 민망하지만 동영상 이야기를 하면서 동영상을 안 올릴 수 없어서.......


이전 08화 길거리에서 들리는 노래에 어느덧 내 몸은 둠칫 둠칫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