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어린 시선으로 본 해체된 가족

by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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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을 자부하던 6학년 소녀 렌 어느 날 아빠가 집을 나가고 엄마가 이혼을 선언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도 참았어 근데 왜 엄마 아빠는 못 참는 거야?” 엄마가 만든 ‘둘을 위한 계약서’도 싫고 친구들이 이 사실을 알아챌까 두렵다 “엄마, 부탁이 있어 이번 주 토요일 비와 호수에 가자” 몰래 꾸민 세 가족 여행 엄마 아빠와 다시 함께 살 수 있을까?


영화 '이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변화하는 렌의 정서와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렌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그로 인해 렌은 정서적으로 방황하며, 깊은 혼란 속에 빠져든다. 부모님의 다툼 속에서 렌은 “왜 나를 낳았어?”라는 절규를 내뱉거나, 어머니가 혼자 만들어놓은 규칙표를 찢는 등의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세 사람은 함께 식사 자리에 앉지만, 부모는 여전히 냉소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결국 렌은 가족 회복을 위해 과거 가족과 함께 갔던 여행지를 다시 찾지만, 그 여행 역시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 여정의 끝에서 렌은 어머니에게 “얼른 어른이 될게”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성장을 다짐한다.

이 영화에는 ‘불’이라는 상징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과거의 청산이자, 렌이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한다. 한편, 렌의 심리 상태는 시각적 요소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푸른 필터는 렌이 혼자 있을 때 자주 사용된다. 초반에는 우울함을, 후반으로 갈수록 스산함과 불안, 두려움을 표현한다.

영화의 결말은 열린 결말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렌은 하얀 신사문을 지나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환상처럼 마주한다. 하지만 부모는 이내 그곳을 떠난다. 그때 가지 말라며 소리치는 환상의 렌을 안아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렌은 축하한다는 말을 하며 부모님의 새 출발을 응원한다. 불길에 휩싸인 채 떠나는 배는 과거의 상처를 떠나보내고, 렌의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이후 렌은 기차를 타고 돌아가 글짓기 발표를 한다.

이 장면을 ‘죽은 렌의 환상’으로 해석한다면, 글짓기 발표는 어머니가 비로소 렌을 이해하고, 소통을 통해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렌의 소망이 담긴 환상일 수 있다. 반면, 마지막에 중학교에 입학한 모습이 잠깐 등장하기에, 이 모든 여정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렌을 성숙하게 만든 사건이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렌이 사라진 이후 부모의 태도도 변화한다. 어머니는 렌을 끝까지 찾아다니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변화를 시도한다. 반면, 아버지는 여전히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면서 책임 회피를 한다. 이러한 모습은 렌이 사라지기 전에도 변명만 할 뿐, 진정한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태도로 보여주었다.

영화 '이사'는 한 아이의 내면을 통해, 이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상처받은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렌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진심 어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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