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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잉오렌지 Jun 22. 2024

취업 시장에서 당연한 건 없다

방심하지 마라.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이제는 오히려 합격 소식이 들려와 나의 이 현재 의미 없는 평의 틀이 깨지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내 마음은 불합격이라는 결과에 점점 안주해간다.






해가 지나고 약 두달이 지났다. 여전히 면접 소식은 없다. 이제부턴 이력서를 넣는 횟수도 점점 줄어간다. 왜냐고? 하기 싫어서.


취업은 하고 싶은데 이력서 넣기는 귀찮아.. 돈은 벌어야 되는데 일하기는 싫어.. 서류 붙지도 않은 주제에 회사 간만 보고.. 지원은 안하고 포트폴리오만 끼적끼적.. 아, 다시 보니까 여기 좀 별로인 것 같은데 고쳐야지.. 아 오늘 놀지 않고 일을 하긴 했다.. 그럼 이제 놀아도 마음 편하겠지..



그런 추한 자기변명의 연속.


그렇게 놀거 다 놀면서 하면서 엄살은 잘 피워서, 심지어 이미지 관리도 평소에 잘해놔서 친구들에게는 제발 편히 쉬라는 소리를 듣고 산다. 그렇게 엎드려서 절을 받는다. 내 친구들은 정말 바보야.


나는 하기 싫어서 안 한 거야.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도 없어. 그냥 취업준비가 하기 싫었어. 열심히 살기 싫었어. 근데 백수면 주변 눈치 보이니까 취업은 하고 싶어. 징징대고 싶어. 대놓고 징징거리면 좀 그러니까 은근하게 돌려서 징징대볼까? 내 이미지에 맞게? '사실은 엄청 힘들지만 남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애써 혼자 견디는' 이미지. 견디는 척. 척. 척. 척.



쩌적쩌적.


점점 가면은 깨지고 그 속에 숨어있던 잿빛의 간사함이 나를 뒤덮는다.






아, 그래도 내가 이렇게 마냥 백수로 살고 있는 것을 하늘이 용납하지는 않으려나 보다.



2월 중순에 갑작스럽게 내 세상이 변했다.


동시에 세 개. 그중 하나는 대기업으로부터의 면접제안.



그럼 그렇지, 내 실력 어디 안간다니까? 나는 금세 또 간사하게 마음이 우쭐해져서 가슴을 당당하게도 피고 다녔다. 아직 정해진 것도 없는데 말이지.


나는 서류합격한 두 개도 두 개지만, 나에게 포지션 제안이 왔던 그 대기업에 정신이 팔려서 또 꿈을 꾸기 시작했다. 혹시 그냥 아무한테나 던지는 막장 일인가(헤드헌터처럼) 해서 직무를 눈여겨 봤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원하는 그 직무가 맞았다. UX기획. 헤드헌터가 준 것도 아니다. 인사담당자 측에서 직접 온 거였다.



'나 대기업한테 포지션 제안 받을 정도로 실력 있다니까!'


'지금까지 취업 시장이 안 좋아서 떨어졌던 거지, 내가 못난 탓이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했다. 자존감이 쭉쭉 올라간다. 쭉쭉.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쭉쭉.


그래, 난 앞으로도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를 예정이다. 하늘에 계속 머물 수만 있다면 무서운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땅으로 추락한다면?


바닥에 꽝 - 부딪혀서 산산조각이 나는 그 느낌까지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누가 그러지 않았나?


기대하는 만큼 절망한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면접 제안을 준 그 대기업은..


잘못 누른 것 같다.




면접 제안 수락을 한지 2주가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나는 그 기업에 문의를 보냈다. 그 결과 답변이 늦어져서 일단 미안하고 기업 홈페이지에 다시 넣어주면 최대한 빨리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장이 왔다.


그 순간 내 불안감은 커진다. 느낌이 왔다. 그리고 이럴 때만 내 느낌은 항상 들어맞는다. 난 항상 부정적인 쪽으로 예상을 하곤 하거든.


나는 시키는 대로 그 기업 홈페이지 채용공고에 다시 똑같이 이력서를 넣었고, 말씀대로 아주 빠르게도 결과를 받았다.


서류 합격.




갖고 놀아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혼자 기대하고 북치고 장구친건 난데.



취업 시장에서 당연한 건 없다. 어느 것도. 인과관계 같은 건 없다. 약속은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 기본적인 예의? 기본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연락이 안 와? 잡힌 면접을 취소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채용공고가 떠서 이력서를 넣었는데 한달이 지나도록 내 이력서를 열람조차 하지 않는 곳이 30%. 

이력서를 열람은 했는데 한달이 지나도록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곳이 30%. 

언제까지 알려주겠다고 구라를 치는 곳 10%. 

서류까진 그렇다쳐도 면접 결과조차 통보하지 않는 곳이 10%.


JD에 쓰지 않은 내용으로 평가를 하는 곳. 

우리가 알아낼 수 없는 내부 사정/내부 팀 구성/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삼는 회사들. 

전혀 알아낼 수 없는 평가기준. 전혀 알아낼 수 없는 나의 경쟁자들.



이러는데 누가 맨땅에 헤딩을 하고 싶어하겠어?



아, 맨땅에 헤딩이라면 차라리 좋지.


지금의 내 심정은 눈을 가려진 상태로 하늘에서부터 맨땅으로 추락하는 느낌이니까.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낙법 연습이라도 할까? 내면의 공포를 다스리는 법이라도 배울까?



비현실적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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