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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잉오렌지 Jun 15. 2024

야 신입, 네 상대는 10년차 경력자들이다

채용되고 싶다면 놈들부터 꺾고 오라구

어떤 중소기업 A 채용공고 하나.


지원자 수 16명. 신입 가능.


그중 10년차 이상 경력자 15명, 신입(1년 미만)은 1명.


그 1명이 바로 나다.




어떤 중소기업 B 채용공고 하나.


지원자 수 78명. 신입 채용 공고.


그중 10년차 이상 경력자 12명, 3년 ~ 10년 경력자 36명, 1년~ 3년 경력자 22명, 신입은 8명.


심지어 희망연봉은 고작 2000~3000 선이라는 절박한 노예 경력자들도 공고당 4명 정도는 꾸준히 보인다.

 

그리고 뭣도 모르는 신입, 나를 제외하고 7명. 마음속엔 알차고 트렌디한 강소기업에서 실력을 키우고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서 연봉을 올리겠다는 열정과 야심으로 아직 똘똘 뭉쳐있는 이들.


이 '현실도 모르는' '철부지'들을 보면 절로 응원해주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솔솔 들고는 한다.






"신입과 경력은 평가하는 기준자체가 다르다"?


"꼭 경력자가 아니어도 잠재력이 있다면 신입이라도 얼마든지 키워서 써먹을 용의가 있다"?



그러시겠지.


그래서 그 기준과 잠재력을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알 수 있게끔 알려줬으면 좋겠다.


기업들이 속으로 뭐 어떤 지혜로운 평가기준을 지녔다한들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저 개같은 경쟁자 통계와 서류탈락이라는 결과뿐이다.



아닌가? 결과조차도 전달이 안 되나?


탈락이라고 메일로라도 결과를 보내주면 감지덕지.


너 서류 불합했다고 통보해주는 회사는 매우 개념이 박힌 회사다. "뭐? 불합했는지 안 알려주는 경우도 있어?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우리 어머니는 경악을 하셨다. 우리 어머니는 사적으로는 좀 불편하긴 해도 공적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이시다.


보통은 개무시를 하지.





예전에 부트캠프에서 특강 강사님이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너희들의 경쟁자들은 같은 신입이 아닌 중고신입들이다.




그래서 신입이라도 자신의 신입이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말고, 회사 가서 배울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먼저 습득해서 필사적으로 직무 전문성을 키워야한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맞는 이야기다. 틀린 얘기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그 강사님은 우리들의 심정을 위해서 다소 '완화해서' 말씀해주신 셈이다. 지금 나의 경쟁자들은 자신의 10년차 경력도 포기하고 기꺼이 중고신입으로 들어와 '돈벌기보다 단순히 일을 하고 싶어서' 봉사해줄 마인드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강사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해봤지만, 뇌피셜 개인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짜' 프로젝트를 이길 수 있겠는가. 나 같아도 중고신입 뽑겠다.


회사생활을 안 해봐서 일은커녕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버거워하는 '귀여운' 신입들을 언제 적응시키고 언제 키워서 써먹겠나? 바빠 죽겠는데. 매뉴얼 만드는 것도 귀찮고, 신입 오면 또 내 일 시간 뺏겨서 가르쳐줘야 되고, 일 좀 하려는데 신입한테 질문 들어와서 몰입 깨지고, 들어온 신입이 실수해서 물 흐리면 회사 전체가 손해고.. 나 같아도 중고신입 뽑겠다.


회사 입장이 전부 이해가 된다. 그래서 또 입을 다물게 된다. 내가 낙오자가 된 건 내가 부족한 탓이니까.


예전과 달리 노력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다. 예전엔 성실함과 선함을 최고의 미덕으로 따졌지? 지금은 전혀 아니다. 지금 최고의 미덕은 그냥 행운이다. 철저하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세상이 왜 나한테만 지랄이에요 엉엉' 징징거려봤자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애초에 난 징징거릴 수도 없는 환경에 있고.






현재 내 취준 준비물은 세개다. 이력서(+자소서)와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다.


왜 포트폴리오를 두 번 썼냐면, 노션 포트폴리오와 pdf 포트폴리오 두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만드시는 분들, 그냥 pdf 형태로 만드는 걸 추천한다. 노션 포폴은 일단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나는 내가 만든 예쁜 자식새끼라 아무런 불편감 없이 재밌게 후루룩 읽었지만 인사담당자는 보기 싫은 걸 억지로 보는 데 심지어 이미지도 아닌 긴 줄글을 읽으면서 일일이 클릭하고 스크롤해서 내려야 하는 귀찮은 포폴이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지 않겠나.



노션 포폴 잘 안 보신다. 이걸 봐주는 인사담당자는 본인이 시간낭비를 좀 해서라도 지원자의 모든 것을 탐구하려 애쓰고 신입이라도 성심성의껏 존중해주는 실력 있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취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좋은 회사 선별을 하고 싶다면 노션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는 건 다음과 같다.



pdf와 노션 그냥 둘 다 만들어서 노션은 서브용으로 둬라. pdf를 메인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되 이력서에 딱 한줄만 이렇게 써라.


"제출한 포트폴리오 외 참고용 포트폴리오/이력서를 노션에 작성했으니 필요하시다면 열람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하면 바쁜 인사 담당자를 배려하는 공감 능력 있는 인재 + 다른 형식과 관점으로 포폴을 심도 있게 만드는 능력 있는 인재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동시에 짧은 버전인 pdf버전을 읽음으로써 호기심을 유도해 자연스레 노션 포폴도 읽게 하는 동기부여까지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포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양쪽을 전부 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성을 들일 것을 둘 중 하나만 선택한다 한다면 난 당연히 pdf를 추천한다. 노션은 어디까지나 플러스알파다. 노션에 쓴 걸 이력서/포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참고용 추가 링크.. 블로그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아, 그리고 포폴이 아예 준비되지 않은 신입이라면 그냥 pdf 형태로만 만드는 게 낫다. pdf만 있어도 뽑힐 사람은 뽑힌다. 나처럼 이미 노션에 싸질러놓은 사람들의 뒷수습을 도와드리기 위해 말하는 거다.


특히 나처럼 기획자 / 디자이너 지망인 경우는 노션은 정말 참고용으로만 두시길. 노션 포폴은 PT 발표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 이야기를 다다음 화에 할 생각이다.


있는 거라곤 길고 긴 논문 포폴밖에 없었던 나에게 갑작스럽게 닥쳐온 PT 발표에 어버버거리며 면접을 망친 나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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