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뚜벅이의 교통비 절감기
이제 어엿한 대학교 4학년인 나는 프로 뚜벅이다. 그것도 비싸다는 신분당선을 타고 통학해 온 뚜벅이. 그렇게 신분당선에서 2호선, 2호선에서 버스로 갈아타는 생활을 수년간 지속하면서 높은 지하철 물가나 비효율적인 이동에는 면역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도 영국의 교통 상황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처음으로 당황했던 이유는 지하철의 부재였다. 리즈는 나름 영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이 없다. 자차가 없는 교환학생들에게는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런던은 어떨까? 수도이니만큼 런던의 교통 상황은 리즈보다 훨씬 나은 편이다. 지하철도 있고 버스의 배차 간격도 좋다.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런던의 지하철 가격은 편도 2.75파운드 (한화 약 5,000원)인데 환승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가 물가 비싸다는 유럽의 수도임을 고려해도 꽤나 비싼 편이다. 덕분에 런던 여행을 하면서 나는 걷기와 몹시 친해질 수 있었고, 런던을 3번째 방문했을 즈음에는 구글 지도를 보지 않고도 런던의 주요 명소들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애로사항들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도시 간 이동을 할 때이다. 도시 내 이동은 도보로 한다고 할지라도 York, Manchester와 같은 리즈 근교로 갈 때나 Seven sisters나 Brighton, Oxford와 같은 도시들로 이동해야 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투어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자유도와 가격의 측면에서 대체로 개인 이동이 훨씬 낫다. 그렇다면 어떤 이동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도시 간 이동에 활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의 종류에는 크게 두 가지 - 기차와 버스 - 가 있다. 정류장은 대부분 도심에 위치해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격이나 편리성 그리고 소요 시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리즈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많이 이용했던 교통수단은 버스였는데 다름이 아니라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역 간 이동을 할 때 기차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버스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다. 하지만 영국은 버스 이용객이 많아서인지 버스의 종류도 다양하고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버스 회사들은 다음과 같다.
내셔널 익스프레스(National Express): 영국 전역 900개 이상의 목적지를 연결하며, 런던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선을 제공함
플릭스 버스 (Flix bus):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버스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노선을 운행함
메가버스(Megabus): 저렴한 가격과 광범위한 노선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런던, 글래스고, 에든버러, 애버딘 등에서 출발하는 주요 노선을 운행함
내가 주로 이용했던 버스는 플릭스 버스와 메가버스였는데, 이 둘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특히 메가버스의 경우 미리 예매만 해두면 기차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자주 이용하곤 했다. 문제는 가격에 비례하는 잦은 지연과 불쾌한 환경이다. 특히 메가버스는 단 한 번도 지연 없이 목적지로 이동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지연이 잦다. 게다가 지연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어서 항상 당당하게 지각을 하고 나서도 여유롭게 움직인다. (최악은 오후 10시에 도착했어야 할 버스가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던 날이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유럽인들이 버스 기사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가격 때문에 항상 울면서 선택하게 되는 옵션인지라 지갑은 얇고 마음에 여유는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내셔널익스프레스의 경우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많이 이용하게 된다. 아무래도 플릭스 버스나 메가버스보다 영국 내에서 노선도 훨씬 많고 지연으로부터도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런던을 중심으로 한 노선이 많기에 리즈 근교로의 이동에는 플릭스 버스/메가버스도 괜찮은 옵션이다. 만약 내셔널 익스프레스를 자주 이용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멤버십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내셔널 익스프레스 구독권이다. 후술 할 railcard처럼 구독권으로 운영되는데 그렇게 비싸지 않은 구독권 가격을 지불하면 1년간 훨씬 저렴한 가격에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차는 어떨까. 일단 기차의 최대 장점은 대체로 기차역이 버스 터미널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런던의 대표적인 기차역인 Kings Cross station과 버스 정류장인 빅토리아 코치만 비교해 보더라도 문도 없고 열악한 빅토리아 코치에 비해 Kings Cross station의 보안은 훨씬 철저하다. (특히 맨체스터와 같이 외곽지역이 위험한 도시일수록 그 간극이 더 크다) 이동 시간이 짧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즈에서 런던으로의 이동을 기준으로 버스는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기차로는 2시간 30분이면 런던에 도착하니 말이다.
유일한 문제는 가격이다. 아무리 미리 표를 구매한다고 할지라도 버스 티켓과 기차 티켓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가장 자주 이용했던 리즈 - 맨체스터 공항 노선의 경우 버스를 이용하면 대체로 6-7파운드 사이에서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기차를 이용하면 2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리즈 - 런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편도 20파운드 수준으로 이동이 가능한 버스와 달리 기차는 40-50파운드 내외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런던 공항으로 갈 경우에는 리즈 - 런던 시내, 그리고 런던 시내 - 공항으로 두 번을 이동해야 하므로 기차 이동을 추천한다.
영국 기차를 훨씬 싸게 이용하는 방법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rail card를 구매하는 것이다. 35파운드를 지불하면 1년간 기차를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구독권인데 영국은 기차 가격이 꽤 높기 때문에 기차 이동을 선호한다면 무조건 rail card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다만 나는 버스와 기차를 모두 이용했기에 rail card 없이 적당히 필요할 때에만 기차로 이동하곤 했다.
이 방법들로 나는 물가 높은 영국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영국 이곳저곳 그리고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여행할 수 있었다. 사실 지갑이 여유롭거나 여행을 무척 즐기는 편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초기 계획과 달리 여행에 빠지기도 하고 예산이 빠듯해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삶 아니겠는가? 그러니 한 번쯤 이런 내용을 읽어봐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