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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Apr 15.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7

반지원정대의 프로도

네팔에서의 7일 차의 아침!! 이날은 유독 활기찬 하루였다. 본격적이 트레킹이 시작되었고 동료들도 생겼다. 정말 어떠한 모험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의 고잉메리호의 선원이 된 것 같았고 절대반지를 없애려 떠나려는 반지의 원정대의 프로도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원정대는 아침 8시경의 출발을 했다. 아무래도 동료들이 많이 생기니 든든하고 더욱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 어른들이라 챙겨주시고 운 이 참 좋았다. 어제 만났던 약사 선생님이 우리 숙소로 오시고 김선생님, 나, 진감독님, 이렇게 오늘 트레킹을 출발했다. 포터까지 합하면 도합 8명의 원정대였다.

걸어가면서 남체의 전경이 보였다. 3400m 이 높은 곳에서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학교도 있다.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서나 비슷한 것 같다. 천진난만하고 개구쟁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지나가는 길에 손 흔들어 주는 아이를 만났다. 군것질 거리를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사탕이나 초콜릿 가진 게 없어서 아쉬웠다. 다른 팀원들이 아이에 초콜릿을 주었다. 물직적으로만! 조금 풍요롭지 않는 나라를 여행할 때 볼펜 같은 것을 준비해 가지 않아 아쉬웠다.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여행 갈 때는 꼭 준비해 가야겠다. "애야 너는 잘 지내고 있니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겠지"

나의 원정대 ㅋㅋ 캡틴은 아무래 진 감독님이었다. 그런데 반지원정대는 결성되었고 나는 진짜 무엇을 없애러 이 길에 힘든 여정 위에 올라탔을까. 내 인생에서 5개월 동안의 여행과 네팔과 히말라야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도 단정 할 수 없지만 포스팅 중에 깨알 같이 나오는 내 글귀들이 얻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오스를 여행할 때 동행했던 한국인 형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무엇을 찾아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꼭 찾아가길 바란다." 그때 그 말을 듣고 잠깐 멍했었는데 솔직히 여행하는 동안 무엇을 완전히 없애거나 버리지도 못했고 무엇을 정확히 찾아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좋았다. 내가 주인공인 시간이 좋았고, 대자연이 좋았고, 짧게 만난 사람이지만 나에게 저런 의미 있는 말과 건투를 빌어주는 함께한 여행 동료가 있었다는 게 좋았고, 지금 2년 가까지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은 기억으로 포스팅을 쓸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지금도 남아 있는 여행의 잔상과 여운이 좋았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고산에서는 가축들도 고생을 한다. 사진에 보이는 소는 야크인데 고산에서 살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아주 힘이 좋다고 들었다.

가축이 짐을 옮기는 사진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히말라야가 유명한 트레킹 명소가 아니었고 에베레스트 사람들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곳이 아니었다면, 사람들과 가축들이 이 높은 곳까지 짐을 옮기는 수고가 덜어지지 않았을까? 로지 등을 하면서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좀 더 소박하고 조용하게 삶을 즐기지 않았을까? 물론 히말라야가 있기 때문에 네팔이라는 물질적으로만! 풍요하지 않은 나라는 돈을 번다. 네팔의 대부분의 수입이 관광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관광객, 트레킹으로부터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오면서 아무래도 자연환경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잃어 버렸을 것이다. 옛날 히말라야가 유명해지기 전보다 많은 고유한 그래도의 것들을. 좋은 것을 즐길 때 단편적으로 그것만 보기보다 많이는 말고 한 번씩 반대편의 문제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왠지 이 사진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내가 찍었어도 잘 찍었다랄까. 길 위에서 걷는 사람, 쉬어가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함께 걷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려가더라도, 올라가더라도, 쉬어가더라도, 혼자 가더라도, 함께 가더라도, 길 위에서 언제가 됐든 포기만 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포기만 하지 마라!! 건투를 빈다. 나에게 사람들에게

쉬어가는 도중에 햇살이 좋았던 이 곳에서 동료들과 차 한잔 하며 쉬어갔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하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 그리고 시원했던 청량음료 모든 것이 완벽했던 순간이었다. 

오늘은 어제와 이틀 전보다 힘든 산행 이어졌다. 경사가 제법 높아졌고 걷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았다. 물론 원정대 동료 중 나만 포터가 없어 배낭이 묵직하기는 했지만 젊은 대 8KG쯤이야.. 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때 당시 비교적 젊어서 좋어서 좋았다. 지금 갔다면 더 힘었겠지 

예쁜 로지

고산의 물은 에메랄드, 여기서 하루 정도 더 걸어가면 빙하 덮인 히말라야 봉우리들이 보인다.


오늘 목적지인 텡보체 다다르자 안개가 너무 심해 앞이 보이 않을 정도였다. 이런 기상상황에도 포터들은 맡은 소임을 다한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힘든 산행이라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이러한 안갯속에 있으니 당시에 무언가 몽환적이었다. 신비스럽기도 했고, 걱정도 됐고, 만감이 교차했다. 불로장생의 신비가 동양, 티베트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날은 맑은 하늘과 해무를 모두 경험한 날이었다. 변화무쌍한 삶처럼 깊은 산속의 날씨도 변화무쌍했다. 

이때 당시 우리 동료들은 떨어져 있었는데 나와 진 감독님이 선두에 있었고 약사선생님과 김선생님이 후미에 쳐져 있었다. 약사선생님은 어제부터 두통 있다고 말씀하셨고 루클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속이 메슥거리었다고 했다. 트레킹 경험이 많은 진감독님이 고산에 있는 공항이라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고산병이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주었는데 약사 선생님이 조금 걱정되었다. 나도 진감독님과 조금 떨어져 좀 멍 때리고 있으니 진 감독님이 나를 찾으러 오셨다. 그렇게 우리는 묵기로 했던 숙소로 같이 내려갔다. 

안개가 멋있기도 두렵기도 신비롭기도 했던 그날이었다. 


로지에 도착하고 조금 지나니 김선생님도 도착하였다. 그러나 약사 선생님이 계속 도착하지 않았다. 뒤에 같이 걸었던 김선생님은 계속 같이 왔어야 하는 건데 하면서 자책을 하셨다. 우리는 약사 선생님에게도 담당 포터가 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고산병 초기 증상을 보이는 약사 선생님이 중간에 산행을 포기하고 내려갈까 걱정을 했다. 


우리가 이렇게 한국인이 잘 오지 않는 EBC에서 동행을 만나 함께 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진 감독님이 말해주었다. 그래서 이번 트레킹이 의미 있다고 말씀해주었다. 그리고 동행이나 동료가 없다면 고산병이나 두통 때문에 두려움을 크게 느끼고 중도포기를 하고 하산을 결정한다고 말해주었다. 참 여기까지 오는데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 10일 이상 걸리는 트레킹 코스인 만큼 시간이 문제다. 여기까지 와서 중도 포기를 한다면 그때 당시 참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경험을 포기하는 문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생각 때문에 트레킹 막바지에 큰 실수를 하게 된다. 

조용한 로지

우리는 내일 아침에 출발할 때까지 약사선생님을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참 또래 여자 여행자 어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행하는 도중 나보다 10살 이상 많은 어른들과 많이 동행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청년 늙은이 ㅠㅠ  그 경험도 소중했다.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그분들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공감 안 가는 생각도 많았지만, 동행한 어른들의 삶아왔던 경험을 들으며 참 젊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참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 서른에 배낭여행을 떠난 게 늦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도 떠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대 갈등이 많은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이 꽉 막힌 이야기만 하고 우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젊은 세대 또한 어른들을 이해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어른들은 흔히들 말하는 많이 깨어 있으셨는데 어려운 청년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시고 계셨고 내 걱정도 많이 해주셨다. 감사했다.


그렇게 그날 밤은 진감독님과 김선생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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