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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May 12.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8

고산을 느끼다.

네팔에서의 8일 차 아침이 밝았다. 유독 고요했던 새벽이 네팔 히말라야에서는 더욱 고요했다. 정말 평화로웠다. 이곳에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과 일이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을 하며 정말 정신없는 삶을 보냈다. 하루 종일 일과 사람에 대한 걱정과 불안, 신경쇠약, 무엇보다 사람들은 나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매일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것 같았다. 힘들었다. 그래서 ebc트레킹을 하며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기서는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는 괴로움보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아쉬움이 더 컸다.

탱보체(3860m)에서 나는 슬슬 고산의 기운!!! 누구도 피할 갈 수 없는 고산을 느꼈다. 바로 고산병 초기. 이때에는 심한 정도는 아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두통이 있었다. 마치 전날 과음에 숙취를 느끼는 것처럼, 그리고 가파른 경사진 곳을 오르면 그때도 좀 두통이 왔다. 그래도 크게 아프진 않아 괜찮았다. 그래도 위에 사진을 보니 얼굴도 부었고 고산 증상이 조금은 오기 시작했다. 햇빛에 그을리고 볼품없는 모습이지만 저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어차피 예쁘게 차려 입고 인증샷을 남기러 떠나온 여행은 아니었스니까. 겉모습은 볼품없지만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고 단련했던 저 때가 좋았다.

타들어가는 모습이 예뻐 사진을 찍었다.

이제부터 히말라야 산들의 정상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들은 다 빙하로 덮여있다고 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저기 보이는 저 봉우리는 아마다블람 일 것이다.

나무와 하늘, 봉우리가 조화를 이루는 이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사진처럼 나도 조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


저 높이 빙하 봉우리가 보이는 저곳에 서있던 나는 이미 내 가 발을 딛었던 땅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서있었다.

오늘 우리 원정대는 걷고 또 걷는다.

내가 갔던 2016년 보다 몇 년 전에 네팔은 대지진을 맞았다. 그래서 저렇게 강철 만들어진 구조물들이 엿가락처럼 휘었고 흉물스럽게 변했다. 저 구조물처럼 네팔에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생활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큰 고통은 지진으로 인해 사람들이 네팔에 찾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네팔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힐말라야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나온다. 이 지진 때문에 네팔 트레킹의 길도 변했고 풍경들도 변했다고 했다. 그렇게 대자연의 심술과 그로부터 나온 많은 파동들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들, 고통들을 감내하고 적응하고 이겨내며 복구해나간다.


나에게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대지진들이 나를 덮쳐올 것이다. 그때 네팔의 산들과 사람들처럼 감내하고 적응하고 복구해나가며 잘 이겨내길 바라본다. 물론 나는 아주 그것이 무척이나 두렵다. 그 지진의 파동들이 나를 피해갔으면 좋겠다. 지금도 내가 느끼기엔 충분히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당히 이겨낼것이다!! 아니 지금처럼 잘 버텨내주길!!

예쁜 강, 돌, 언덕 그리고 저 하늘에 우뚝 솟은 산, 자연은 항상 놀라운 광경을 선사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도시보다는 시골이 좋았고 산속이 좋았다. 특히 트레킹을 할 때면 정말 눈에 담기 버거운 풍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고산에도 강이 흐르고 나무가 있고 사람이 있다. 저기 저 때 나는 저 그림 같은 사진 속 풍경 속에 서있었다.

우리 팀의 포터들. 포터분들은 정말 경이롭다. 이 산소가 부족한 고산에서 무거운 짐들을 매고도 산을 훨훨 날아다니신다. 나는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 그 짐을 메고도 나보다 더 훨씬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서 활동하는 포터들은 산소 포화도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 포터들 중에는 16살 소년 포터도 있었는데,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끼지 못하고 저 멀찌감치 떨어져 서 쉬는 소년이 안타까웠다. 그 소년에 대해 내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이 있는데 다시 한번 링크로 남긴다.

http://classic36.blog.me/220809021266

우리는 하늘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들 같다.

점 점 내 허리를 넘어서는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는 수목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닦은 척박 해져 갔고 보이는 풍경들은 마치 화성이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하였다. 분명 아침까지는 키 큰 나무들이 많이 있었는데 신기하다. 사람의 걸음 만으로 순간이동이나 어딘가로 점프를 한 기분이었다.


저기 보이는 흘러내린 듯 한 회색 얼룩들은 대지진의 상흔일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 ebc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고 트레킹 길 또한 달라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본 네팔 사람들과 네팔은 이 상처들을 잘 이겨내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져 내린 곳에도 길을 다시 이어지고 또 그 길 위를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도 걷고 또 걸어 딩보체에 도착했다. 이제는 내 정강이 만한 나무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탱보체(3860m)-딩보체(4410m)에 도착했다. 오늘도 힘든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고산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고도가 3500m 이상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앞서 중국에서 3000m급 산을 트레킹 할 때 아무런 고산 증상이 없어 나는 괜찮구나 자만하고 있었는데 역시 히말라야는 다른가 보다. 이때부터 타이레놀 등을 먹기 시작했고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비아그라도 한알 얻어먹었다. 다행히 다른 쪽으로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ㅠㅋㅋ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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