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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콧날 May 28. 2018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기록 #9

천상의 땅에서 정상가는 길에. 

네팔에서 9일째 아침을 아마다블람 봉우리를 보면서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많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편은 글보다는 사진 감상을 위주로 하겠다. 

여행을 하면서 산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 하늘과 빙하와 땅을 맞대고 있는 이 마을은 무슨 신화에 나오는 곳 같았다. 대부분 로지겠지만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생활을 이어간다. 

이 높은 곳 척박한 땅에서도 길은 있고 사람들은 그 길을 걸어 다닌다. 

이날은 온통 아마다블람 투성이었다.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바람이 좋았다 흩날리는 바람이 좋았다. 나에게 어디서 온 바람이 불어 나를 이곳까지 날아오게 했다. 바람을 느끼며 또 또 또 어디론가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꿈처럼 느껴지는 황홀한 광경들이었다. 

네팔 트레킹에서 남겼던 인생사진중에 하나. 냉장고 바지가 NG이긴 한데 냉장고 바지를 입고 많은 날들을 올라갔다. 동행하시는 분들이 사진 예쁘게 안 나온다고 갈아입으라고들 하셨는데 왠지 냉장고 바지가 편했다. 이날 이후부터는 날씨가 추워져 등산복 바지로 갈아입었다. 아무튼 네팔 트레킹을 함께한 깔롱한 깔롱한 태국산 냉장고 바지였다. 

사람들은 왜 높은 곳 하늘을 위해 나아갈까? 지리산 종주를 하며 무릎이 주저앉을 것 같은 고통을 느꼈었다. 그곳에서 트레킹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보았다. 그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왜 사람들은 이 추위에 이 고생을 하며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는가? 


생각해보면 이 헛헛한 삶 속에 이거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높은 곳에 왔다 간다면 그 헛헛함이 조금이나마 매워질 수 도 있을 거란 생각 때문에 여기까지 오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랬던 것 같다. 보잘것없는 내 삶에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면 조금은 의미가, 조금은 헛헛함이, 보잘것없음이 사라질 것 같았다. 


잘 모르겠고 그냥 머리 위로 쌍 브이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내가 좋다.

네팔 히말라야에는 고산, 하늘에 도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 왔다 실종당한다고 한다. 이 깊고 넓은 산속에 어디서 안개처럼 사라졌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나를 증명하기 위한 노력은 위험을 담보로 한다. 위험한 만큼 얻어 가는 것도 클 것이고, 말 그대로 황홀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떠한 결과를 얻든 그것은 모두 자신의 선택에서 기인한다. 나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놀라워하면서도 도대체 그 짓을 왜? 하냐는 것이다. 정확히는 나도 대답할 수 없는데 지금이 문단의 문장들이 조금은 대답이 될 것 같다. 다 자신의 선택이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니 너무 왜? 가아니라. 왜?!!라는 질문은 아끼는 것도 좋겠다.


이 사진은 위령탑 같은 것이라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히말라야에 왔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꼭 히말라야에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분투하다 쓰러져 사라진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헛되지 않았어요 그래도 여기까지나 오셨잖아요. 대단합니다. 참 대단합니다 의미 없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바람에 날려 이곳저곳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멀리 저 멀리 날아 편안하시길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

오늘도 어김없이 걷고 걸어 로지에 도착했다. 오늘은 로부체(4910m)에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간다.

내일은 드디어 대망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갈 수 있는 날이다. 계속되는 산행으로 몸은 고 됐고 날씨는 점점 추워졌다. 밤에 잘 때 많이 추웠다. 고산병이 심해지지 않게 머리에는 비니를 쓰고 침낭 속에서 잠을 잤다. 얼굴을 까맣고 씻지 못한 몸은 찝찝했다. 


하지만 이 풍경들은 고난의 행군을 보상해주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느끼기는 이 고산의 기운은 참 좋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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