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랑과 낮 사랑
사랑에 국경이 없다는 말은 근대 유행어였고, 사랑에 나이가 없다는 것은 현대 유행가였다. 둘 다 공공연하게 인정된 문장들이다.
국경과 나이마저 뛰어넘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하루를 보내는 낮과 밤에 따라서 그 사랑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외로이 여기에 적어본다.
남편은 밤 사랑을 원하고, 나는 낮 사랑을 원한다.
눈치챘겠지만 19금이다.
나의 의미로, 밤 사랑은 육체 본능의 부부관계를 말하고, 낮 사랑은 휴머니즘의 사랑을 뜻한다. 고로 낮 사랑이 결여된 밤 사랑은 내게 사랑이 아니다. 그냥 동물적인 욕정으로만 느껴진다. 더구나 사랑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20대 신혼부부도 아니고, 장장 37년이라는 유구한 시간을 함께 살아온 육십이 넘은 부부에게 밤 사랑도 사랑이냐 싶다.
남편은,
남자들의 사랑은 다 그렇다고 한다. 맞나?
휴머니즘이 1도 없는 낮을 함께 보내고, 사랑이 넘치는 밤이 어떻게 생길까? 그 심리를 알 수 없다.
하루 세 끼니를 해대느라 혼자 분주해도 파 한 뿌리 다듬어주지 않고, 거한 특별식 호로록 먹은 뒤에도 접시 하나 닦아주지 않는 낮이 지나갔다. 그런데 쉬어야 하는 밤 시간에 다시 수청을 들라니!
어느 이웃은 이렇게 말한다.
낮엔 모이를 달라하고, 밤엔 힘을 과시하려 한다, 고
60살이 넘은 부부는 성이 얽힌 남녀관계라기보다, 의리와 연민이 섞인 인간관계이지 싶다. 이 나이쯤 되면 남자는 여자 같아지고, 여자도 남자 같아져서 둘 다 거의 중성의 성질을 띠는데, 뭔 본능적인 사랑이 필요할까? 이제는 그냥 휴머니즘으로 살아도 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지인 중의 어떤 분은 늙어서도 부부관계는 필요하다고 했다. 건강의 이유를 대면서.
안 해도 건강할 수 있는데.... 그럼 그동안 한 것 때문에 지금 건강한 건가?
남편의 논리는 나를 이해시키지 못하는데, 듣다 보면 이해되는 것 같다가도, 결국은 그건 본능이지 사랑이 아니야, 로 내 나름 끝을 낸다. 분명 본능인데, 어떻게 그걸 사랑이라고 할까? 내 사랑이 고귀하고, 남편 사랑이 저질이라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남편은 보통의 평범한 남자다.
이렇게 주접을 떨고 나니 괜히 나만 시궁창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다시 한번 외로이 외쳐본다,
사랑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달달한 낮 사랑은, 밤 사랑을 지펴주는 불씨라는 것을!
상단 이미지 © gasparzaldo,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