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씨! 4시간이라고 말할 걸
어제 목요일 저녁 딸이 말한다.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엄마 안 와도 돼.'
그동안 지내온 스토리에 의하면, 이러다가도 급하게 호출된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되물었다.
'정말이니?'
'응, 원래 엄마 아빠 금요일엔 안 왔잖아.'
이게 무슨 말이지?
금요일마다 애가 아프다, 저녁 약속이다 해서 애들을 봐주러 왔는데, 아예 금요일마다 쉬었던 것처럼 말을 한다. 어쨌든,
'알았어, 그럼 내일 우리는 쉰다.' 했는데, 아무래도 찜찜해서 느낌대로 덧붙였다.
'너 내일 우리 쉬라고 하는 대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애들 봐달라고 그럴 거지?'
딸이 그렇게 물어봐 주길 기다렸다는 듯 당당하게,
'토요일 아침부터 점심까지 우리 집에 와서 둘째 좀 봐주고, 일요일엔 점심 먹여서 엄마 집에 보낼 테니까 둘 다 봐줘.'
괜히 물어봤다. 모른 척하고 바쁜 듯 그냥 집으로 올 걸.
지난번에 두 손자 놈을 내 집에 보낸 후로 아주 이젠 당연한 듯 길을 텄다. 그 바람에 금요일 하루를 쉬고 토, 일 이틀을 더 육아하게 생겼으니, 그때 너무 잘 봐주고 보낸 것이 순간 후회스러웠다.
보내지 마라 소리는 못하고 대신 소심하게 조건 하나를 걸어본다.
'우리 집에 애들을 보내면 거의 나 혼자서 두 놈을 봐야 되거든. 그럼 내가 너무 힘드니까 오래는 안되고 맥시멈 5시간이야, 알았지!'
딸이 잽싸게 못 박듯이 답한다. ‘5시간이면 충분하지.'
우씨! 4시간이라고 할걸...
이렇게 쓰면 나의 쪼잔함이 여실히 보이는 문장이긴 하지만, 1살과 4살 배기 남자아이 둘을 하루만 돌봐도 육아 1시간 단축에 대한 절박한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내가 이런 번민으로 속을 끓이고 있을 때 딸의 입에서 가늘게 짧은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성공이다!
이렇게 딸에게 낚였다.
이제부터 나에게 주말은 없다. 그래서 더 금쪽같은, 오늘 금요일 하루를 아끼며 쓰고 있다. 주말을 기다리며 주중의 육아를 버텼는데, 이젠 주중과 주말 모두가 육아하는 나날이다. 내 주말은 언제쯤 돌아올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