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맨데이 Mar 27. 2024

봄을 맞이하는 법

현재를 온몸으로 맞이할 것

우리는 얼마나 많은 현재를 미래를 위해 빚지며 살아가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너무 쫓기듯 살고 있던 듯하다. 항상 숨이 차고 조급해서 내가 이렇게 조급해하는지도 모른 채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상태에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몸이 보내는 아우성이 아닐까…




아프면서 하나 생각이 바뀐 것이 있다면 현재를 대하는 태도다. 뒤돌아보면 항상 바빴다. 몸이 바쁘고 마음이 바빠서 가방 하나 가볍게 다니지 못하고 이리저리 자투리 시간을 써보겠다고 다 보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챙기며 집을 나섰다. 항상 마음이 바빠서 온전한 휴식을 보내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항상 그다음으로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쁘다 보니 계절도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봄이 오고 눈이 오면 꽃구경을 갈 수도 있고 스키장을 갈 수도 있다. 오직 그 계절만 느낄 수 있는 시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계절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것인데 최근 내 일상에는 계절의 정취는 없어진 지 오래이다. 다음으로 미루며 내년을 기약하는 쌓여가는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몸이 아프고부터 정말 일상에 사소하게 주어졌던 일들이 사소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내 멋대로 정해놓은 '그다음'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의 시간은 현재만의 것이며 지나간 순간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다시 말해 올해의 벚꽃은 올해만의 것이며 내년의 벚꽃은 나에게 당연히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나는 당연히 올해의 내가 좀 더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치료를 위한 시간을 보낼 줄 몰랐으며 따사로운 햇빛에 아파할 줄 몰랐고 비 오는 날에 높은 습도로 더욱 간지러운 시간을 보낼 줄 몰랐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은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지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소중하고 새록새록 자라나는 봄의 풋풋한 향기가 소중하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보니 지금만 느낄 수 있는 봄의 생기를 놓칠 수 없어져 꽃구경을 가기로 했다. 이전에는 주변의 권유에 떠밀려 몸만 갔었다면 이제는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두고 온전히 온몸과 마음으로 현재에 주어지는 것들을 누리기로 다짐했다.


현재를 즐긴다는 것은 어쩌면 그저 모든 것을 미루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나중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고생하는 거 같지만 다 너를 위해서야', '지금 고생해야 나중이 편해', '너 좋아하는 건 나중에 자리 잡은 다음에 해' 암묵적으로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세뇌와 같은 언어들이다. 나도 동의를 했고 공감했으며 그렇기에 현재 보다는 미래를 위해 항상 뒤에서 시간이라는 돌덩이가 굴러내려 오는 것처럼 살아왔다. 마치 '지금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어느 시점인지 모를 미래에는 좋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되어 현재를 즐기면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사실은 현재에 충실하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스스로 이렇게 채찍질하여 간들 그 미래는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고 그런 모습 또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부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너무 경시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정말 사소하게 꽃구경 할 마음의 여유가 없고 그런 주변의 권유에 짜증으로 받아쳤다면, 지금은 잠시 스스로 여유가 필요한 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에 여유가 안 생긴다면 일단 몸으로 먼저 봄을 맞이하러 가보자. 분명 봄의 향기가 당신의 여유를 되찾아줄 테니 말이다.


오늘도 바쁘게 살아가는 멋진 개복치들에게 봄의 여유가 찾아오기를 바라며.. 끝.


이전 09화 혹시나 역시나 그럼에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