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피해야 하는 이유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스테로이드를 결국 처방받았다. 처방받고 4주간은 너무 행복했다. 예전으로 돌아온 거 같았다. 내 원래 모습. 평범했던... 새삼 과거형이라는 것이 너무 씁쓸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기간은 너무 짧았다. ‘찬란했던 시간이었다.’라는 말처럼 스쳐 지나가고 남는 것은 눌렀던 염증의 폭발이었다. 그건 정말 지옥이었다.
이전 글처럼 첫 피부병 발병 때 동네에 유명하다는 피부과에 가서 아무것도 모른 채 의사의 말만 믿고 장기복용하면 안 되는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으며 3개월 넘게 약을 먹고 지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건 안 그래도 약했던 위의 포기 선언과 더 심하게 퍼진 피부병이었다. 이런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이번에는 한방병원을 먼저 갔으며 이것 또한 실패로 끝났다. 낫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인내심이 없어져갔다. 결국, 병원을 찾아가 1주일분을 처방받고 정말 모든 게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그 일주일은 모든 게 좋았고, 기뻤으며 이전의 나로 돌아간 거 같아 행복했다. 비록, 약을 먹고 바르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다른 증상이 신경 쓰였지만 다시 희망을 붙잡으며 1주일을 보냈다. 그 뒤로 반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서히 약을 줄여가며 끊고 몇 일뒤. 우려했던 일이 터져버렸다.
나오지 않던 부위까지 퍼지며 염증이 온몸에 올라왔다. 지옥의 1주일이었다. 1주일이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 동안 정말 ‘모든 걸 관두고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나?, 퇴사하고 몸부터 챙길까? 등등 모든 부정적인 생각들이 올라왔고 가장 심했던 얼굴에는 손도 못 대고 건조함에 뭐라도 바르기만 해도 따가운 시간을 보냈다. 신경을 갉아먹는다는 걸 시시각각으로 느끼며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이 중에 희망이 있다면 선배(?)인 친구의 한마디였다.
‘괜찮아, 1주일 지나면 좋아질 거야’
정말 놀랍게도 7~10일 정도 지나자 아주 조금 참을만한 상태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스테로이드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각자 맞는 치료방법이 있고 필요힐 때가 있겠지만 정말 스테로이드는 되도록이면 피하라고 하고 싶다. 어딘가에 긁혀서 상처가 났다면 그냥 약을 바르고 낫기를 기다리면 되겠지만 아토피와 지루성 두피염은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질 않고 눈에 보이는 상처가 다가 아니니 당장 약을 바른다고 해도 일시적일뿐 치료를 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쯤되니 다들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하다.
피부로 고생하는 개복치 동료들의 싸인을 기다리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