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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맨데이 Mar 13. 2024

깨진 항아리는 이전과 같지 않다.

과연 나의 항아리는?

밑 빠진 독에 물붙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부어도 당연히 그릇이 온전하지 못하니 물이 차오를 리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깨진 파편을 이어 붙이고 그릇을 온전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제야 무언가를 담는다는 항아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항아리는 이전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면역력이라는 신기루 같은 독이 깨져버렸다. 여기서 절망적인 것은 아무도 그것의 파편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며, 왜 깨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독은 나의 고유한 것이어서 다른 새 항아리로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없어져버린 파편을 찾아야 하는 건 나의 몫이다.


7년 전에는 정말 운이 좋게 파편을 우연히 얻어 겨우겨우 나의 항아리를 메꿀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또 잃어버린 나의 이것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는 말을 하면 와닿겠는가. 바늘이야 버리면 된다지만 이건 나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에 버려둘 수도 없다.


파편을 찾기 위해 커다란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어떤 모양인지, 어디 더 부서진 곳은 없는지, 금이 간 곳은 없는지 항아리를 못살게 두드리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지금은 막막한 파편을 찾기보다 그렇게 지켜보며 주변을 살피는 중이다. 나쁜 것을 치우고 좀 더 좋은 것만 주면서 나를 보살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저 오래 쓰라는 의미에서 정비의 시간이 왔는지도 모르겠다. 평생 나와 함께할 존재이기 때문에 그 존재를 잘 느끼지 못했고 아직은 젊음이라는 핑계로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너무 당연한 존재이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을까? 오늘 하루도 항아리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며 보낸다.


우리 각자는 개인 고유의 항아리가 있다. 그 누구도 대신 돌봐줄 수도 없고 바꿔줄 수도 없는 고유의 것이다. 7년 전의 흉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처럼 깨진 항아리는 붙여도 흔적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깨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시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항아리를 방치해두고 있는가? 아님 바쁜 일상에 쫓겨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가? 깨지기 전에 한 번 자신의 항아리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듯하다.


오늘도 자신의 항아리를 소중히 여기는 개복치들을 응원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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