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 Hempstead에 머물다

London에서의 첫 AirBnB

by Sue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착한 패딩턴 역은 기차와 튜브가 모두 다니고 있어서 아주 크고 복잡했다. 숙소인 햄스테드까지는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32kg의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할 자신이 없어서 택시를 탔다. 택시 요금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우버를 탈 걸..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반가운 거리가 보였다.

[Warwick Avenue]

처음 런던에 왔을 때 이 거리를 거닐면서 들었던 영국 가수 Duffy의 Warwick Avenue가 생각나서인지, 거리의 이름을 볼 때마다 반갑고 그리운 마음이 든다. 12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다니 음악의 힘은 강하다.

나는 런던에서도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데, 햄스테드가 딱 그런 동네이다. 사람들도 주변도 모두 여유롭다. 그래서 그런지 낯설어도 마음은 편하다.


길 곳곳 공사 중이어서 예상보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런던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지루하지 않았다.

25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첫 숙소인 햄스테드 AirBnB에 도착했다.

작은 정원 밖으로 나있는 대문을 열고,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 숙소 문을 열었을 때 비로소 집에 온 듯 몸에 남아 있던 긴장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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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태극기다. 내가 온 곳은 영국인데, 태극기라니!

호스트분은 그날 오는 게스트의 국가를 미리 확인하고 국기를 놓아두신다고 한다. 나를 맞이해 주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따뜻했다. 거실과 부엌에 난 커다란 창에 보이는 뒷마당이 런던 한 복판임에도 작은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이 사랑스러운 공간에는 호스트인 데보라 아주머니와 두 마리의 귀여운 장난꾸러기 강아지 벤조와 허드슨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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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한편에 있는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오브제들이 놓여 있었는데,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하늘색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정말 내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이 살짝 섞인 BBC 방송도 좋았다. 싱크대 앞 창가를 통해 본 벽돌벽에는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한 작은 들풀이 자라고 있었다. 벽돌과 쇠의 차가운 이미지에 따스한 초록을 더해준다.

짐을 두고 나와 가장 가까운 슈퍼인 Waitrose로 향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슈퍼마켓에 간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다.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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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아직 쌀쌀하지만 런던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무들 사이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나무들도 있었다. 나무를 가지런하게 가드닝 해서 그런지 거리가 깔끔해 보였다.

길을 걷다 발견한 부동산 매매 표지판. 일반적으로 가정집도 매매 중인 것을 광고하기 위해 집 앞 정원이나 계단 앞에 이렇게 광고판을 꽂아놓는다. 얼마일까 이런 집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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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길을 걷다 보면 항상 차가 오는 방향을 헷갈린다.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그냥 양쪽을 모두 살피고 건너는 것이 속편하다. 슈퍼에 도착하기 직전 마지막 횡단보도를 앞에서 마주친 보행자 주의 경고등이 색다르다. 동그란 노란색 등이 깜빡깜빡거리면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주의를 준다. 가끔씩 마주치게 되는 정형화되지 않은 디자인들이 내가 외국에 있음을 상기시켜 줄 때가 있다.


모름지기 여행의 첫날은 피곤해도 기분이 좋고, 뭐든지 다 새롭게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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