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흉터가 아니라 별자리를 만든다(순례길)

나를 구원해 줄 기적의 문을 통과하다

by 시안블루




이 작은 문을 통과하면
뭔가 신비로운 것들이
나를 사로잡아,

기적의 길로
안내해 줄 것만 같았다

나를 구원해 줄 기적의 문을,
나는 종교의식마냥
성스럽게 통과했다.



큰 배낭을 메고 기차에서 내린 곳은

'순례길의 시작, 생장'이었다.


기차에 내린 사람들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설렘으로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뒤를 따랐다.





비탈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가려졌던 마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생장은 동화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을이었다.

배낭을 멘 사람들의 줄 선 행렬이 보였다.


크레덴시알을 만들기 위해,

순례자 사무실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크레덴시알은 순례자임을 증명해 주는

일종의 순례자 여권이며,

순례자가 알베르게에 묵을 때

필요한 것이다.


알베르게는 순례자에게 저렴하게

제공되는 피난처 같은 숙소였다.


이름, 국적, 순례길을 걷는 이유를

설문지에 체크한 후,


순례길 구간과 알베르게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받아

배낭 앞주머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생장 피에드포르라는

첫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받았다.


내가 앞으로 걸어 나갈 때마다

별의 길을 따라가듯,


산티아고까지의 여정이

하나둘씩 발자국을 남길 것이다.


'그 발자국의 끝자락엔

과연 내가 원하는 그 길이 있을까?'

'기적과 부활'을 상징하는

가리비 껍데기를 배낭에 매달고

기부금 함에 기부금을 넣었다.


배낭에 달린 가리비 껍데기는

험난한 여정에서

내가 안전하게 길을 걷고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순례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이제 순례길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나와

길을 내려가니,

생장 피에드포르 성벽이 보였다.


요새처럼 보이는 성벽은

피레네 산맥으로 넘어가는 문이었다.


이 오래된 성벽을 통과하면

이젠 정말,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햇살이 문을 열 듯 쏟아질 때

내 마음도 함께 열렸다.


설렘은 빛처럼 번져가고

온몸의 그림자를 몰아내며

나를 앞으로 이끌었다.





생장의 골목을 빠져나오자,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낯선 공기, 낯선 풍경,

낯선 언어가 뒤섞인 공간에서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숨이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고,

마치 터질 듯 가슴을 두드렸다.


피가 빠르게 돌며 온몸이 뜨거워지고,

손끝에서까지 떨림이 느껴졌다.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래 억눌러왔던 설렘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새로운 인생에 대한 흥분으로

가슴은 벅차오르고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그리고,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내 모든 감각을 모두 쏟아부어

느끼고 싶었다.


상실에 대한 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


변화할 힘이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이는 길이었다.


이 낯선 풍경은 나를 압도했고,
멀리서 보이는 피레네 산맥은

내 숨결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 길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내 인생을 바꿔 놓을,


새로운 길이라는 확신이
가슴속에서 강하게 울리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인생을 향해 울리는

시작의 북소리처럼,


세상이 눈부시게 빛나고
모든 소리가 생생하게 살아났다.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강렬한 떨림은
단순한 설렘이나 즐거움이 아니었다.


새로운 인생의 첫 장면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이었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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