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흉터가 아니라 별자리를 만든다(순례길)

별이 흐르는 길, 에스떼야

by 시안블루



어둠 속에 수놓아진 별들은
입에 머금은 이슬을
투명하게 터트리고 있었다

태양은 소리 없이 일어나,
석류 알갱이가 톡톡 터지듯
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어둠에
숨어있던 마을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에스떼야 중심부로 들어오니,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이 있었다.


에스떼야는 중세시대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요한 도시였다.


순례자들은 긴 여정 중

이곳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특히, 성당은 시계탑으로 유명하다.


성당의 종탑 시계 소리는

멀리서 걸어오는 순례자들에게


"이제 안전한 마을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고 한다.







산 후안 바우티스타 성당 근처에는

옛 성곽의 문이 있었다.

순례자에게 이 문은 세속의 삶을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순례의 여정을 이어가는

영적 통로였다.


"이 문을 넘어서면,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내가 아니다."


또한 그 문은

시험과 선택을 상징했다.


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순례자가 앞으로 맞이할 시련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의미했다고 한다.







별이 흐르는 길, 에스테야.


밤이 되니,


발 밑의 길은 고요했고,

머리 위 하늘은 별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은빛 강물처럼 흘러가는 별들이,

마치 나를 이끌기 위해

길 위에 쏟아져 내린 듯했다.


수많은 별빛이

어둠을 헤치며 반짝이고 있었다.


김환기 화가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점화가 떠올랐다.


그의 작품 속 수많은 점들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보였다.

화가는 뉴욕에서 활동하며,

늘 고향과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는 밤마다 뉴욕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움과 외로움을 점으로 표현했을까?


그 점들은 하나의 별, 하나의 존재이자,

사람들의 기억과 영혼 같았다.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불가피함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영원히 이어져 있음을 상징한 것이다.


그가 그린 그 점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혹은 순례자의 발자국처럼,

흩어져 있으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 말은 끝이 아니라, 다시 만남을 향한 약속이다.


우리는 언젠가 헤어지지만,
끝은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별처럼 흩어졌다가도,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야말로,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이루고,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 연결은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며,
그리움과 사랑이 점으로 남아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길을 걷다 문득
고개를 올려다본 하늘에

수많은 불빛 속에서 끝내,

내 눈에 들어온 건
단 하나.

다른 어떤 불빛보다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별 하나.

내가 살아냈다는 증거 같은
별 하나.

나는 오늘도 묵묵히
그 별을 가슴에 품으며,

길을 걷는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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