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나를 밀고 간다
풍광은 소리 없는 노래,
고단한 발자국을 감싸고
쓰러지려는 마음을 다독인다
바람은 등을 밀고,
햇살은 나를 일으킨다
순례길은
멈추지 않고 매일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새벽을 맞이한다.
그래서 출발의 순간마다 늘 설레었다.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걷는 첫걸음은
늘 낯설었고,
그 낯섦이 곧 설렘이 되었다.
새벽의 공기는 묘하게 투명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마음이 새로워졌다.
세상이 아직 잠든 시간,
오직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길 위에 남았다.
하늘은 서서히 푸른빛을 머금고,
구름의 가장자리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알 수 없는 길이기에, 더 두근거렸다.
어제의 피로가 남아 있어도
또다시 길 위에 서면 ,
마치 처음 떠나는 여행자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매일의 새벽은
같은 듯 다르고,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오늘 또 다른 새벽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또 한 번의 하루가
나를 향해 새롭게 열리고 있었다.
로스 아르코스에서 산솔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하늘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고
그 사이로,
붉고 푸른빛이 번져 나갔다.
새벽빛이 내 안으로 스며들면서,
내 가슴은 그 빛으로 물들어
황홀했다.
세상 모든 것이 잠시 멈추고,
나만 존재하는 것 마냥
충만함이 밀려왔다.
모든 소리가 멎고,
오직 내 숨소리만 들렸다.
그 순간,
나는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길 위에 서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달라진다.
길가의 풀잎 하나,
그 미세한 떨림마저
내 심장을 흔들었다.
바람은 내 등을 감싸고
하늘은 숨을 쉬듯 색을 바꾸었다.
그 찰나의 빛조차
내 마음의 파문이 되었다.
괴테는 말했다.
"자연의 모든 사소한 현상 속에서
나는 내 영혼의 울림을 본다.
바람, 구름, 들꽃,
그것들이
모두 나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그 말이 이토록 실감 나는 순간은 없었다.
새벽이면 바람이 먼저 인사를 건넸고,
풀잎이 내 호흡에 맞춰 춤췄다.
바람은 등 뒤에서 노래하며
나를 밀어주고,
구름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나를 따른다.
햇살은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와,
내가 아직 잊지 못한 이름처럼
가만히 어깨를 감싸주었다.
길 위의 모든 풍광이
나와 함께 걸어주었다.
걷는 일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괴테가 말했듯,
"자연은 결코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완성한다."
그 완성의 의미를
나는, 길 위에서 배웠다.
모든 존재는 제 자리에서 제 속도로
피어나고, 시들고, 다시 태어난다.
삶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며,
발걸음 하나하나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 순간,
나는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누군가의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되어,
그리고 누군가의 빛 속에서
나 자신을 비추며.
까미노는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빛들이
서로 밝혀주는 여정이다.
결국,
모든 존재는
서로 비추며 살아간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