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힘은 고요 속에서 피어난다
메마른 들판이 숨을 죽이면
내 마음의 불씨도 희미해지고,
어둠 속 한 점의 빛이
내면의 표면을 가만히 두드린다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지금,
다시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메세타는 침묵의 평야였다.
걷고 또 걷다 보면,
시들어가는 감정과 오래된 고통이
자연스레 흙먼지처럼 흩어지는 곳.
온타나스의 고요가
메세타의 바람을 잠재우면,
지친 마음도
그늘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길은 멈추지 않지만
이 작은 마을에서 나는 알았다.
나를 다시 걸어가게 하는 힘은
언제나 고요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메세타의 황량한 들판을 지나
온타나스에 있는 광장에는,
'수탉의 샘'이 있었다.
수탉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샘터는 순례자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다시 힘을 얻는 장소로 여겨진다.
그 꼭대기에는 수탉 하나가,
막 날아오를 듯한 기세로
돌기둥 위에 앉아 있었다.
작은 광장에서 마주한 이 수탉은,
마치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듯
말을 건넸다.
“이제 다시 눈을 뜨고,
너 자신에게로 걸어가라.”
밤을 깨우는 존재, 날을 밝히는 울음.
중세의 순례자들은 수탉을
‘각성’과 ‘부활’의 상징으로 보았다.
육체의 고통이 가라앉고 나면,
마음이 깨어나는 시점이 찾아오듯.
수탉 아래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지친 마음을 다시 세웠다.
온타나스의 뜨거운 햇빛 아래
작은 마을의 담벼락에 기댄 채,
한 흉상은 묵묵히 순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려한 명성도,
거대한 유산도 남기지 않았던
작은 마을에 있는 예술가의 얼굴.
그러나 그 눈빛엔
오래된 시간의 결이 배어 있었고,
그 고요한 깊이가
메세타의 적막과 어울려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나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끝없는 들판을 지나며 흔들리던 마음이,
이 작은 동상을 만나며 문득 잠잠해졌다.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어도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 흔적이
마을 한가운데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큼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순례길은 위대한 성인들만의 길이 아니었다.
이 길은,
이렇게 조용히 자신의 삶을 빚어낸
이들의 흔적으로도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의 작은 삶도, 작은 예술도, 작은 숨결도
이 길 위에서는,
모두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위안이 스며왔다.
나의 삶도 언젠가,
이렇게 조용한 흔적 하나로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흔적이 누군가의 고단한 여정 앞에서
잠시라도 마음을 쉬게 해 줄 수 있을까.
온타나스의 바람이 흉상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 속에서,
진실 하나가 내 맘을 스치었다.
삶이란,
크고 화려해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살아낸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빛난다는 것.
누구의 환호 없이도
스스로의 자리를 지켜낸
그 하루가,
삶을 가장 깊게 밝힌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