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흉터가 아니라 별자리를 남긴다(순례길)

'완벽한 하루'

by 시안블루



철의 십자가 아래,

내 삶의 무게만큼 무거웠던

돌 하나를 가만히 내려놓고,

그곳에 슬픔을 묻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찰나,

어둠을 깨우는 찬란한 빛이

내 마음에 벅찬 감동으로 스며들었다.


이제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날갯짓으로,

나를 기다리는 빛의 세계를 향해

성큼 발을 내딛을 것이다.


마음의 짐을 비워낸 자리에서,

저 광활한 산맥의 기운과 눈부신 햇살이

단단하게 살아갈 날을 응원해 주듯,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해발 1,500m 이상의 고립된 고산 지대,

철의 십자가'에 도달하기 위한

폰세바돈의 오르막에서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 속에서도

목표를 향한 일념으로 견뎌냈다.


하지만 폰세바돈에서 몰리나세카까지 이어지는

약 1,000m의 급격한 내리막은,

마음을 비워낸 순례자의 무릎과 발목에

극한의 통증을 새겨 넣었다.


"우리의 인생처럼,

오르막 보다 내리막이 더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진정한 순례길은 영광스러운 정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정점에서 얻은 마음을 안고

통증을 견디며 다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제 내리막길의 고통마저도

나를 완성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멀리서 모닐라세카 마을이 보였다.


처음 계획은,

다음 마을인 폰페라다에 머물 예정이었다.


그런데,

순례길은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폰페라다 공립의 후기가 좋지 않았고,

모닐라세카 마을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내리막길로 인한 무릎과 발목의 통증으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계획에 없던

모닐라세카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숨 가쁜 내리막길 끝에서 마주한

몰리나세카의 입구에는,

수 세기의 시간을 견뎌온

중세 돌다리가 있었다.


그것은 '하늘의 길'과

'사람의 마을'을 잇는 경계처럼 보였다.


극한의 통증을 견뎌 온

순례자들에게 주어지는 휴식처럼,

다리 아래 유유히 흐르는 '메루아 강'은

육체적 고단함을 씻어주는 것 같았다.


아치형의 다리가 이 강물 위에

완벽한 원을 그리며 투영되듯,

오르막의 절정에서 느꼈던 환희와

내리막의 고통이

'하나의 온전한 삶'을 이루었다.








중세의 시간이 멈춘 듯한 이 마을은

내리막길의 고통을 보상해 주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웠다.


오늘은 까미노 어플에서 후기가 좋은,

산타마리나 알베르게에 머물 것이다.


산타 마리나 알베르게의 벽면에는,

이 길을 걸어간 순례자들의 사진들과

익살스러운 캐리커처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사진들은,

오늘의 통증 또한 찬란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임을 증명해 주었다.


"순례길은 결코 계획한 대로 되지 않지만,

그 틀어진 틈새로 예기치 못한 평온을 주는

다정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저녁 테이블에는 낮에 미리 예약해 둔

'순례자 메뉴'를 나누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순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곳의 스파게티는 지금까지 순례길에서

먹어본 것 중 가장 훌륭했다.


아마도 그 스파게티가 최고의 맛이었던 건,

고통 끝에 선물처럼 찾아온

'귀한 한 끼'였기 때문일 것이다.


폰세바돈의 숨 가쁜 오르막을 견뎌내고,

'철의 십자가' 앞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느꼈던 그 뭉클한 전율,

그리고 곧이어 찾아온 내리막길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은 후에 접한 '한 끼'는

그야말로 최고의 만찬이었다.


아름다운 몰리나세카 마을의 풍경과

다정한 산타 마리나 알베르게,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낯설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


이 모든 우연한 것들이 허기짐 뿐 아니라

메말랐던 영혼까지 가득 채워주는,

기쁨이 충만한 저녁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곳에서 나는 비로소 고립된 고독에서 벗어나,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다양한 국적의 순례자와

'따스한 연대'를 경험했다.


오늘 겪은 무릎의 통증도, 발목의 비명도,

사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통과해 온

순례길의 과정이었다.


벽에 걸린 순례자 그림 속 묵직한 지팡이처럼,

이 알베르게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친 나의 영혼을 묵묵히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행복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주었다.


빛을 보려면,

슬픔과 절망을 뚫고 나아가야 했다.


그것이 '진정한 삶'이었다."



강물에 비친 다리의 '원'처럼,

우리의 삶도
기쁨과 슬픔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비로소
완전해지는 것임을 알았다.

오늘은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였다.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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