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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R Aug 14. 2024

내 글을 읽는 '독자'는 누구인가?

'독자'를 생각하며 글쓰기 


글쓰기 할 때 자꾸 잊는 내 글을 읽는 '독자'


드디어 공저 원고가 마무리되었다. 초고를 쓰고, 퇴고한 원고를 취합하는 과정을 수 차례 반복했다. 10명의 작가가 각자의 자리에서 퇴고했을 것이다. 작가 프로필도 쓰고, 마치는 글도 쓰고 나니 이제 정말 끝으로 가고 있다. 출판사와 함께 하는 퇴고가 남았지만 말이다. 


공저를 쓰는 동안, 공저 쓰기를 이끄는 선배 작가가 반복적으로 했던 말이 있다.  

"내 글을 읽는 독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정하고 써라."

"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하고 써라." 


 얼마 전에 들었던 글쓰기 수업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딱 한 사람을 정해서, 그 사람에게 말하듯 글을 써라."


여러 글쓰기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읽었던 얘기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쓸 때는 잊는다. 내 글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쓰고 싶은 글을 쏟아내듯 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잘 써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우니, 독자는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쓸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쓸 테니 사람만 봐라'는 마음도 아니다. 사람들이 내가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럼 당연히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지. 아, 그런데 너무 어렵다. 


사진: Unsplash의 Vitaly Gariev



독자의 반응이 글의 완성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나는 말하듯이 쓴다(강원국)>의 머리말에서 아래와 같은 구절을 만났다. 


글쓰기야말로 독자와의 소통이다. 글은 썼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독자의 반응이 글의 완성이다.
공감 능력이 있는 작가는 독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느낀다.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할까?’, ‘무엇을 궁금해할까?’, ‘이렇게 쓰면 독자가 알아들을까?’, ‘재미있어할까?’, ‘지루해하진 않을까?’ 등을 생각하며 쓴다. 이는 반응이 좋은 사람을 앞에 두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공감 능력이 부족한 작가는 벽에 대고, 또는 무표정한 사람을 앞에 두고 말하는 것처럼 쓴다. 그렇게 하면 글감도 생각나지 않을뿐더러 좋은 글을 쓰기도 어렵다. 

p48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이 글을 읽고 생각해 봤다. 

나는 독자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할까?’, ‘무엇을 궁금해할까?’, ‘이렇게 쓰면 독자가 알아들을까?’, ‘재미있어할까?’, ‘지루해하진 않을까?’ 등을 생각하며 글을 썼었나?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질문하며 쓰지 않았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해보자.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어떤 독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기를 바라나?   

나와 비슷한 글쓰기 과정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만 헤매고 있는 건 아니구나 생각하며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글 쓰면서 헤매는 사람도 공저를 쓰고 있으니, 누구라도 용기 내서 글을 쓰면 좋겠다. 책 <나는 말하듯이 쓴다>가 궁금한 분들에게 안내가 되면 좋겠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독자로 두고 쓰인 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되려면, '독자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답은 몰라도 하나의 예 정도는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말하듯이 쓴다> 머리말에 나오는 글 일부를 가져와봤다.    


가장 사랑하는 이가 이렇게 말하고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잘할 수 있을 듯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p6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강원국 작가가 독자로 상정한 대상은 '가장 사랑하는 이'였다. 이 글 바로 앞에 34년간 동거동락해 온 아내에게 고마움을 한껏 표현했으니, '가장 사랑하는 이'는 아내가 아닐까. 간간히 등장하는 아내분과의 에피소드는 나의 이런 상상을 사실로 만들어주는 듯하다. 

아내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면, 평소에 아내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와 말하기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찬찬히, 다정하게, 따뜻하게 조언을 해주는 마음이 글에 담길 것이다. 아내에 대해 깊이깊이 생각한 후 글을 쓰게 되겠지. 음, 작가님은 로맨티시스트였다.  


바로 이어지는 다음의 때문에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만 말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따끔한 말을 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시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많이 말해보고 많이 써봐야 한다. 잘 말하고 잘 쓰기 위해 부단히 궁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 지금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은 이미 그런 사람이다. 

p6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독자를 떠올리고 글쓰기,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이 글을 쓰고 나니 얼마전 글쓰기 수업에서 배웠던 '핵심독자를 고르는 방법'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이 방법을 나의 방식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1) 가장 먼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글을 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도 어려우니 일단은 여기에 집중한다. 

2) 글을 써놓고, 내가 방금 글이 도움이 대상을 떠올려본다. 구체적인 한 사람을 떠올리면 더 좋겠다. 

3) 이제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글을 고친다. 내용을 추가하고, 필요 없는 내용은 삭제하면서. 

독자를 먼저 상정해 두고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우니, 순서를 바꿔보는 것이다.  


강원국 작가도 잘 말하고 잘 쓰기 위해 부단히 궁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궁리하면서 뭐라도 계속 써나가야겠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연습'이니 말이다.    



표지사진: Unsplash의 Kimberly Fa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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