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매일 3개의 블로그 글을 썼고,지난주까지는매일 2개의 글을 썼다. 이번 주부터 브런치 글을 매일 쓰기로 마음먹어서 블로그 글 1개, 브런치 글 1개를 쓰고 있다. 주말에는 브런치는 쉴 예정이지만, 블로그 글은 쓰고 있기 때문에 매일 쓰는 샘이 된다.
혼자 글감을 찾다가는 계속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방법을 찾았다. 필사모임에 참여해서 매일 올라오는 필사글을 글감으로 해서 글을 쓰고, 책 하나를 선정해서 1달간 천천히 읽으면서 글을 썼다. 중간중간 카페나 미술관, 박물관 나들이 글을 썼다.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 두었다가 쓰기도 했다. 이렇게 어찌어찌 글감을 마련하여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매일 써야 한다고 많은 작가들이 얘기했기 때문이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 365일 글쓰기 챌린지 등을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현재 나는 6개월은 넘겼다. 오랜 기간 글을 쓴 분들이 보면 코웃음 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기나긴 시간이었다. 최소 1년은 매일 써볼 생각이다.
이렇게 작가들이 시키는 대로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가끔 생각한다.
정말 매일 글을 쓰면 글을 잘 쓰게 될까?
글쓰기 수업도 듣고, 공부도 해야 하는거 아닐까?
매일 글감 쥐어짜느라 고달픈데, 참고 계속 쓰다 보면 온 세상이 글감으로 보이는 순간이 올까?
머리에서 천둥 치듯 영감이 번뜩이는 순간에 올까? 과연?
둘째 아이가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를 다 읽었단다.
으잉? 나도 읽다만 책인데 다 읽었다고? 어떻게?
둘째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중2나이다.
일단 사회 공부를 위해 중학교 교과서를 읽혔다. 고등학교 사회공부를 어떻게 할까 의논했더니 교과서 읽는 것은 싫고 책을 읽고 싶단다. <용선생 한국사>나 <용선생 세계사>를 읽어보자고 했더니 몇 페이지 읽고는 재미없단다. 뭐가 그렇게 싫다는 게 많은지 짜증이 슬슬 났지만, 꾹꾹 누르면서 던져 준 책이 <총 균 쇠>였다. '그다음 수준의 책은 이거다, 한 번 당해 봐라'하는 마음으로 집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을 꺼내든 것이다.
(읽지는 않지만 집에 있는 3대 책이 <총 균 쇠>, <사피엔스>, <코스모스>지 않던가. 여기에 <정의란 무엇인가>가 추가되곤 한다. 우리 집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녀석, <총 균 쇠>를 읽겠단다. 단, 매일 한 챕터씩만 읽겠단다. 알겠다, 읽는 게 어디냐 했다. 그러고는 한동안 까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다 읽었다며 다음 책으로 뭘 읽으면 되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어렵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아니란다. 그래서 냅다 <사피엔스>를 던져줬다. 벌써 1/4을 읽었다.
과학 공부도 이렇게 한 챕터씩 읽는 방법으로 하고 있는데,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열 두 발자국>을 읽었고, 국어 공부는 <네버랜드 클래식>을 읽고 있다.
영어공부는 또 어떤가. 넷플릭스 드라마나 예능으로 '듣기'를 하면서 독해 문제집을 풀렸는데, 몇 권 풀고 나더니 재미없다면서 영어책으로 공부하고 싶단다. 아이가고른 책은'해리포터'. 딱 2페이지만 읽는단다. 그래서 나는 모르는 단어 10개씩 외우는 것을 추가 과제로 주었다. 더 읽으라고 실랑이해 봤자 나만 피곤할 거니까. 근데 또 읽어낸다. 양이 작아서 그런가 보다.
이책들을 읽으면서 아이가 간간히 말했었다.
"점점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도 더 잘되고 있어." 번역하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니 게임할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투덜투덜 대며 말기도 한다. "어떤 챕터는 짧은데, 어떤 챕터는 길어서 짜증 나." 게임할 시간이 줄어들어 싫다는 이야기다. "그럼 챕터 말고 페이지 수를 정해서 읽어"했더니 그건 또 싫단다. 귀찮단다. 귀찮은 것도 많은 중2다. 그럼 말을 하지 말던가.
<해리포터>를 읽다가 말한다. "계속 읽다 보니까 모르는 단어가 2~3개씩 밖에 없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 이 역시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되니 게임 시간이 늘어나서 좋다는 뜻이다.
(할 것 다하면 정해진 시간까지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에, 아이의 모든 생각은 게임 시간 확보에 맞춰져 있다. 쩝)
이 아이가 원래 책을 좋아했느냐. 절대 아니다. 분야 가리지 않고 이 책 저 책 다 보는 큰 아이와 달리, 둘째 아이는 아니다. <개미>나 <고양이 전사들> 같은 책은 읽었지만 그 외의 책은 아예 안 읽었다. 아, 학교 숙제로 읽어야하는책은 봤구나. 암튼요즘은 만화책도 읽지 않는다.
그런데 하루에 한 챕터씩 꾸준히 읽다 보니 뭔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병렬독서'를 한 셈이다.
'읽기'는 읽어야 잘 읽게 되고,
'쓰기'는 써야 잘 쓰게 되는 것이었다.
아이는 <사피엔스>와 <총 균 쇠>를 비교하며 얘기하기도 하고, 박물관에 가면 "이 내용을 <총 균 쇠>에서 봤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인데, 꾸준히 읽다 보니 잘 읽게 된 아이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잘 읽기 위해서는 읽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그냥 읽으면 된다. 벽돌책을 읽는 방법을 알면 뭐하나. 읽지 않으면 끝이다. 계속 읽다 보면 내가 뭔가 부족한지, 뭘 채워야 하는지 보인다.
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 방법을배우면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방법을 배우기만 하고 글을 직접 한자 한자 쓰는 과정을 하고 있지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발성법을 배우고도 노래 부르지 않고, 운동기구 다루는 법을 배우고 운동하지 않고, 요리 레시피를 알아도 요리하지 않으면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냥 쓰기로 했다.
초보인 나에게 영감 따위는 떨어지지 않을 테니, 매일매일 쥐어짜듯 꾸역꾸역 글을 쓰는 것이다.
온 세상이 글쓰기의 글감으로 보인다는 그 순간이 올 것이라는 기대 따위는 버리자.
책을 읽지 않던 둘째가 <사피엔스>와 <총 균 쇠>를 연결해서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나에게도 어떤 순간이 오겠지.
누에는 절대 한꺼번에 실을 뽑지 않는다. 꾸준히 길고 가늘게 오랫동안 끈질기게 뽑아내는 것이 진짜 좋은 기술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을 유지하며 안정된 정서로 일정량의 글을 써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p187~188, 나의 하루가 글이 된다면, 고정욱
그러니 누에고치처럼 꾸준히 길고 가늘게 오랫동안 끈질기게 뽑아내듯, 매일매일 꾸준히 글을 쓰자.
ps. 위 글이 들어있는 챕터의 제목은 '필 받지 말자'다.
여기에는 작가님이 필 받아서 하루에 200자 원고지 120장을 써놓고는 이후 며칠 동안 글을 못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필 받아서 마구 쓰지 말고 잘 모아놨다가 꾸준히 쓰자고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얘기보다는 "필이라는 것이 왔다"는 것이 부럽기만 하다. 필이 와야 받든 지 말든지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