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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R Jul 26. 2024

'난이도가 높다'가 틀린 말이라고?

맞춤법을 공부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것들

틈틈이 맞춤법 공부를 하고 있다.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주윤)> 책으로 맞춤법 공부를 하고 있다. 10대를 위한 책이라서 재미있는 문장과 상황으로 맞춤법 공부를 하게 해 준다.

근데 정작 10대들은 이 책을 볼지 모르겠다. '금일'이 '오늘'인지 모르고, 사흘, 글피 등의 뜻이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 대해 혀를 차는 어른들이 많지 않던가. 교사가 아이에게 "너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라고 했더니 학생은 자신을 '고(high)+지식(knowledge)'한 것으로 받아들여 칭찬으로 이해했다는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아이들이 맞춤법 책을 찾아볼지는 의문이다. (근데 나는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해석하는 게 참 신기하다. 요즘 말로 '신박'하지 않나?)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잘못 알았던 맞춤법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난이도가 높다'라는 문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난이도'는 어려움의 정도를 뜻하는 '난도'와 쉬움의 정도를 뜻하는 '이도'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를 함께 나타내는 말이지요.

- p226,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그러니, "문제의 난도가 높아서 틀렸다"라고 써야 맞는 문장이다. 당연히 '고난이도'라는 말도 틀린 말이 된다.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가 높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이럴 때는 '고난도'라는 말을 써야 다.

"난이도를 조정하다"는 말은 맞는 말.


맞춤법을 잘 아는 큰 아이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아이가 묻는다.

"그럼 쉬운 것은 이도가 낮다고 하는 걸까?"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다.

아이가 검색해본다. 

"쉬운 것은 '난도가 낮다'라고 하는 거래."


그러면서 아이가 하나 더 알려줬다.

"역대급이라고 하는 단어는 '이전에는 아예 없었던 수준의 최고, 최상'의 뜻이 아니고, '기존의 높은 수준과 비슷한 급'이라는 뜻 이래."

요즘 자주 사용되는 '역대급'이라는 단어의 뜻도 찾아봤나 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찾아봤다. 아이 말이 맞았다.


대대로 이어 내려온 여러 대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이 있는 등급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표제어 뜻풀이



@pexcel


 

헷갈리는 것 투성이인 맞춤법 세상


이 책의 첫 번째 챕터로 나오는 것이 '웬''왠'이다. 아, 처음부터 헷갈린다.


이 책 전체의 주인공인 '태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과 가래떡을 받고 외친다.

" 떡이야!"


' 떡이야'가 맞을까, ' 떡이야'가 맞을까. 그냥 읽을 때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맞춤법 공부를 생각하니 헷갈린다. ' 떡이야'가 더 익숙해 보인다. 그런데, 아니다. " 떡이야"가 맞다.


왜냐고 물을 때 우리는 '웨냐고'라고 쓰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말하려고 하는 문장에 궁금증을 포함하고 있으면 '왜'와 비슷하게 생긴 '왠'을, 그렇지 않다면 '웬'을 사용'하란다. (p17,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춤법, 이주윤) '웬 떡이야'는 떡을 주었는지 궁금한 상황이 아니라 뜻밖의 횡재를 기뻐하는 상황이니까, '웬'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 떡이야, 일이야, 만큼 귀찮게 하세요! 만하면 제발 좀 사라져 주시죠" 모두 ''을 써야 맞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이 책에서는 한큐에 정리해 준다.

"왠지 빼고는 다 웬으로 씀!" (p18)


 


'돼다'와 '되다', 정확히 알고 쓰나?


맞춤법을 신기하게 잘 알고 있는 큰 아이는 정말 헷갈리는 '돼다'와 '되다'의 용법도 정확히 알고 있다. 나는 지금도 헷갈린다.


이 책에서는 '돼다'와 '되다'를 설명하기 전에 '봬요'와 '뵈요'를 먼저 설명한다.


'주말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는 사장님의 문자를 받은 태리.

"그럼 월요일에 뵈요."라고 해야 하나 "그럼 월요일에 봬요'라고 써야 하나 고민한다.


뭐라고 써야 할까?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봬'는 '해'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뵈'는 '하'로 바꾸어 쓸 수 있고요. 그러니 봬와 뵈 중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린다면 그 자리에 해와 하를 넣은 후 어느 쪽이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p33~34,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주윤  


'월요일에 하요'와 '월요일에 해요' 중 '월요일에 해요'가 더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나? 그러니 '월요일에 봬요'가 맞는 문장이다.


'돼다'와 '되다' 역시 같은 방법을 적용한다. '돼다'는 '해', '되다'는 '하'로 대체 가능하다. 그러니 그 자리에 '하'와 '해'를 넣어보고 어느 쪽이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읽어보면 된다.  


'이제 됐음'과 '이제 됬음' 중에서 맞는 것을 알아보려면,

'이제 했음'과 '이제 핬음'으로 바꿔 보는 것이다.

'이제 했음'이 자연스러우니 '이제 됐음'이 맞는 문장.


'돈이 안돼지만'과 '돈이 안되지만'의 경우도,

'안해지만'과 '안 하지만' 중 '안 하지만'이 자연스러우니, '돈이 안되지만'이 맞는 문장.



음... 그런데 이건 지금은 아는 것 같은데 또 쓰려면 헷갈릴 듯하다. 하지만 자꾸자꾸 써보고 자꾸자꾸 들춰봐야 하는 것이 맞춤법이다.




이쯤 되니 제대로 된 맞춤법 책을 하나 사서 두고두고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계속 쓰겠다면 말이다.



ps. 이글을 발행하기 전 맞춤법 검사를 하는데, 빨간 색 투성이다. 틀린 문장의 예로 써놓은 것들 때문이다. 맞춤법 공부를 하지 않고 검사를 했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공부하고 보니 다 일관된 이유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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