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화 속의 조화
"예술과 패션이 공존하는 도시, 밀라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흔히 밀라노를 생각하면 예술보다는 패션을 더 많이들 떠올린다.
아니면 그렇게까지 볼만한 것이 많지는 않아서 주로 쇼핑을 하러 오거나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그러나, 밀라노는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그 매력에 빠져드는 도시였다.
전형적인 르네상스 및 고딕 양식이 두오모 성당과 스포르 체스 코 성당으로 향하는 길들을 걷다 보면
다양한 건물들이 보이는 데 색감 때문인 건지 건축 재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오래된 건물들과
전형적인 모던함을 풍기는 건물들이 경계를 나눈 듯하면서도 공존해 있어서 신기했었다.
두오모 성당에 처음 들어 선 순간 역시 그랬다.
들어가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은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생각보다는 덤덤하게 성당을 둘러보았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나를 보고 감수성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셨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내가 감명을 받지 않았던 건 정말로 내가 감수성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한 번에 감탄을 뱉을 만큼
그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였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혼자 걸어 다니며 앉아서 바라본 스테인 글라스의 이야기들과 조각은 점차 많은 감동을 주기 시작했다. 차라리 번쩍이는 불이 없었더라면, 그 원본을 볼 수 있다면 지지대가 없다면 하는 아쉬움이 서서히 들면서
예전에는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과연 성당에서 조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 무엇보다도 큰 영광이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보장된 그런 공간에서 자신만의 색을 펼쳐낼 수
있는, 대성당에 자신의 작품을 남길 수 있는, 그런 기회 아니었을까.
나는 항상 건축을 공부하고 싶었다. 특히 이번 여행을 통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건축이란 무엇일까.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내려간 지하에는 예전 두오모 성당이 존재한 자리의 건축 역사가
보존되어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다만 이탈리아어로 되어있어서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알고 있는
단어들을 통해 어찌어찌 감상을 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좀 더 공부를 하고 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공간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어떠한 기능에 의해 필요한 공간을 짓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공간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건축. 역사를 보존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이자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그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것.
Architecture: the art or science of building
과거의 잔해를 복원하고 현재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새로운 흐름을 탄생시키는 것.
밀라노는 다양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그런 도시이다.
그렇기에 그 아름다움이 천천히 스며들듯 우리에게 전달된다.
Welcome to Milano, the city of art and 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