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리며
맑던 하늘엔 뿌우연 안개가 투둑 투둑 비가 떨어진다.
겨울에 천둥이 치고 여름에 눈이 내리고
온 세상이 어둠으로 덮이고
내일 아침 서녘이 밝아오면
그제야 나는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시작은 사소했고 너의 흔적, 향은 바람을 타고
서서히 나를 잠식했고
이제는 더 이상 헤어 나올 수 없는 너의 잔상 속에서 나는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어둠 속에 나는 가라앉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애초에 시작하면 안 되었던 것인지
별을 쫓아가다 보면
어둠을 지나 새벽녘을 쫓다 보면
그제야 나는 숨을 쉴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간 정지해버린 시간 속을
멈춰 버린 기억 속을
서녘이 밝아올 때까지 정처 없이 걷다 보면
그제야 너는 나를 돌아봐 줄까
내일 아침 서녘이 밝아오면 그땐 웃으면서 너를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