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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Mar 27. 2019

나의 결말은-미완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사람입니다'를 읽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나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 조금이라도 아픔을 덜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죽고 싶고, 결국 그렇게 행동할 테니까."


아마 재작년 겨울부터였을 거다. 내 주변 관계들을 정리해 나간 것은. 핸드폰 번호를 바꿨고, 페이스북을 지웠을 뿐인데, 우수수하고 낙엽이 떨어지듯 수많은 사람들과의 연이 끊겼다. 그나마 나를 알았던 사람들과 다시 연락처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새로운 시작이 될지 마지막 정리가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뭐라도 했어야 했다. 우습게도 그러고 나니 더욱더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애초에 많은 사람들과 얕은 관계를 지니는 것을 좋아했고, 그들도 나를 그렇게 대하기를 원했다: 일회성인 관계처럼.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동시에 그 관계를 책임진다는 것은 내겐 좀 벅찼다. 


"이렇게 많은 사랑 속에서 죽으려 하는 나를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가족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남편이 날 얼마나 아끼는지, 친구들이 날  얼마나 생각하는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지금의 직업에 만족한다. 하지만 나는 우울하다. 사랑에 사랑으로 답하기엔 너무 부족한 존재다. 평범한 날을 가질수록 나는 점점 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되어간다. 그래서 더 외롭고 슬프다. 나 홀로 행복 속에서 버려진 느낌이기에. 나도 진심으로 행복해지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나 자신에게 나는 등을 돌린다. 모두에게, 그리고 나에게. "


평범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쳇바퀴가 굴러가듯,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하고, 망각을 하고, 기분을 무시한 채로 오늘을 살아나갔다. 버티면 되는 거지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버티는 삶도 나쁘지는 않다고. 오히려 가장 많은 추억들과 시간들을 공유했던 날들이었다. 친구들과의 전화도, 문자도, 얼굴을 보는 모든 날들이 나쁘지 않았지만, 동시에 나는 우울했다. 마치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왜인지는 모를 죄책감이었다. 


"생의 단 한순간이라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이라 해도." 


어렸을 땐 꽤나 밝은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물론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는,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밝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일 테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면들과 이야기들로 점칠된, 꾸깃하게 심연 속에 넣어둔 채로 그것들이 불어날 때까지 모른 척하는 그런 상황.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하면 누군가는 조롱하듯이 비웃었을 테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데,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 - 가장 큰 난제였다. 당연한 것들이 나에겐 당연하지 않았다. 


우습게도 겁은 매우 많은 편이다. 벌벌 떨면서 할 말은 다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하지만, 동시에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중입니다. 가파른 절벽의 끝에서 스스로 벼랑 끝에 매달려 놓고 무섭다고 발버둥 치는 느낌이다. 한 때는 수면제를 잔뜩 먹고 죽는 상상을 했다. 문뜩, 그러다 정말로 죽으면 생각보다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적어도 한 명은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만약 내가 쓰러진 채로 있다면, 발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서 용서받을 수 있을까" 


떠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떠나가고 남은 자리의 외로움과 슬픔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그래서 더더욱 어렵다. 그 누구에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좋았을 수도. 동시에, 누군가는 내 죽음에 슬퍼해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한다.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었구나.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용서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다. 죽음을 본 적이 있는 나에게, 그 슬픔은 생각보다 아프고 진했기에. 끈적거리고 축축한 그런 어두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잊히겠지.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테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니까.


"정적의 시간이 좋다. 정적의 시간 속에서 무형의 글자들이 만들어지고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말이 없어지면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정적의 시간이 타인과 있을 때엔 불편할 수 있었도, 스스로와 있을 때엔 그렇지 않다.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깨지 않을 꿈 안에서, 언젠가는 깨질 것을 알면서도 누워있는 중이다. 하지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결국 매 순간마다 째각 거리며 달려 나가는 시계를 바라보며 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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