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남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그랬을까.

by 청랑

오늘은 뭔가 묘하게 계속 어긋나던 날이었다.


그냥. 분명 동일한 일상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틀어진 느낌이랄까.


어제 새벽부터 이어진 대화는 연락이 잘 안 되던 너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

그리고 그렇게 아등바등 너와 연락하려던 나의 자괴감을 스스로 깨닫게 해주었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책을 읽던 중 노래가 하필이면 중간에서 계속 끊겨서 결국 듣지 못했고

잡혀있던 약속들이 하나둘씩 터지면서 결국 오늘은 혼자서 이리저리 치이기 바빴다.


2,3,4호선이 난잡하게 엮인 지하철을 멍하니 타고 밖의 경치를 구경하다

전시회를 보러 갔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들을,

'명백함을 넘어선 대상의 장엄함'이라 표현하는 사진들을 보았다.


그 감동은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파도가 떠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혼자서 이리저리 떠돌면서 사람 구경, 경치 구경을 하다 마침내

길을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왔던 길을 계속해서 돌아갔다가 왔다 하고

때맞침 식당들의 쉬는 시간에 걸려 밥 역시 못 먹은 것을 깨닫는 순간

역시 뭔가 오늘은 잘 안 풀린다는 생각

약간은 슬퍼졌던 것 같다.


문뜩 너에게서 여전히 오지 않은 답장을 바라보며

언제부터 나는 너에게 기대를 하지 않기 시작했는지

조용히 고민을 시작하고 있었다.


분명 너는 항상 그랬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더 이상 오지 않는 연락과 답들에 초조해하지 않고,

너에게 더 이상 감정을 품지 않고 그저 그런 상태

아무런 기대 없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너를 대할 수 있게 된 걸까.


묘한 어긋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아니. 아니면 이게 정상인 걸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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