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썼다 지웠다 하는 단어들의 흔적
"내가 뭐 잘 못했어요..? 미안해요.."
"....."
"으음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요..?"
"지금은 얘기할 기분이 아니야. 미안."
한동안 연락이 없던 상대와의 연락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항상 쉽지는 않다.
답장을 할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답장을 안 했을 경우나
다른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연락이 끊겨있었던 경우에는
간단한 "지금 뭐해?" 또는 아무런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내가 잘 못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그것으로 연락이 끊긴다면
그땐 "지금 뭐 하고 있어?"라는 질문조차 수십 번을 지웠다 썼다 하다
그저 한숨을 내쉬며 창을 끄게 돼버린다.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하나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과 동일한 행동이다.
모든 대화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사람들은 대화의 주제를 바꿔가면서 또는
끊었다 다시 시작했다를 반복하게 된다.
개인마다 지니는 대화 내용의 깊이는 너무나도 차이가 많이 나고
그렇기에 개인마다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용은, 생각 역시 그러하다.
"어차피 너는 네 얘기 잘 안 털어놓잖아. 그런데 왜."
가끔은 네가 먼저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가끔은 네가 먼저 내 일상을, 생활을, 기분을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대화의 시작을 차마 겁이 나서 뭐라고 보내야 할지 모르는 나 대신
네가 그냥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하면 좋겠지만
사실 항상 대화가 끝나는 이유는 내가 바보같이 네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서 인데
그렇기에 나는 이런저런 말들을 보낼까 말까 고민하면서
결국 그냥 시간이 좀 지나길 기다리는 사람이다.
"너로 인해서 화나고 서운 한 건 나인데 왜 풀고 연락하는 게 나만의 몫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과를 한다는 것도, "미안해"로 시작하는 나의 문장을 보고 또 네가 한숨을 쉬면서
반복되는 문제게 지친다고 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되기는 한다.
나는 위로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기에.
그저 공감을 해주고, 들어주고, 차라리 만나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습관이 된 그런 사람이기에.
너에게 직접 말을 못 한 것들을 글로 쓰고 네가 읽기를 바라며
결국 오늘도 나의 단어들의 흔적은 너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길 기다린다.
기분이 조금은 괜찮아졌으면. 보고 싶네요.
서운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그래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렇게 변명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