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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Mar 10. 2017

가로등 아래에서

오늘따라 달이 너무 눈이 부셨다.

"그냥. 보고 싶어서 한번 전화해봤어"


왜 전화했냐는 말에 대한 나의 답은 항상 저것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전화를 한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물론 얼굴을 보면서 말을 하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연락 수단 중에서는

그 보다 좋은 건 아직 없는 것 같다.


'글자'로는 표현이 안 되는 당신만의 목소리가

당신 그 특유의 음색과 웃음소리가

그냥 당신을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전달되는 그런 감정과 그림이 너무 아른거려서


아무리 피곤했던 날이더라도, 아무리 멍한 날이더라도

너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씩 웃게 되는 나의 모습이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단순하게 풀리는 나의 모습이

약간은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네가,

너의 하루는 어땠는지, 너는 어떤 기분인지를

조곤조곤하게 설명해주는 네가 참 좋아서


그래서 그렇게 전화를 걸었나 보다.


예전에는 나의 불안함과 우울함이 뒤덮였던 전화가

이제는 너의 일상과 나의 일상이 섞인 그냥 약간의 투정과 감정들이 섞인

조금은 더 편하고, 기분 좋은 그런 대화들이 되면 좋겠다.


오늘따라 달이 참 밝았다.

조용히 웃으면서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날이었다.


너에게 전화를 걸 생각만으로도 나는 들뜬다.

보고 싶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더.  


노을 진 하늘과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
화려한 저 불꽃과 함께 부서지는 파도
적당한 취기와 아름다운 바다와 좋은 음악까지

Oh what a beautiful day

모든 게 완벽한데 왠지 뭔가 허전해
and I'm thinking
Wish you were here today - NELL, 어떤 날 중에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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