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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an 29. 2017

당신을 알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이어지지 않은 우리의 인연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의 대화의 목적은 뭔가요?"


초반과는 다르게 설렘이 줄어들었고, 연락 횟수가 줄어들었고, 점차 답장을 하는 시간이 기다려지기보다는 

그저 누군가와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커진다면. 이미 너무나도 달라 보이는 우리의 모습에 새로운

시작이 아닌 언젠가는 끝을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걱정이 앞선다면


당신은 저 질문에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벤치에 앉아 문 담배는 한번 연기를 내뿜고 나서는 허망하게 불이 죽어버렸다. 

날이 추워서 그랬던 것인지. 다시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꺼낸 순간 찰칵찰칵 하고 소리만 날뿐 

불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약간은 쓰게 웃으며 툭 하고 담배를 버렸다. 


새로운 사람과 새롭게 시작을 한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고,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 

같이 보낼 시간들이 기대되는 그런 관계를 나는 그리워했었던 것인가 보다. 

 

"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현실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완벽해
  그래서 제발 내일 따윈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하고
  역시 만나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런 생각해 "  - 섬 NELL 


한번 누군가에게 빠지면 정말 내 모든 것을 줄 정도로 좋아한 나인데, 이번에는 

'과연 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도 괜찮을까. 

내 일상을 바꿀 만큼 이 사람을 내가 좋아하기는 하나.'라는 질문이 먼저 들어버렸다.


결국 나는 당신의 그 질문에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못하였다. 


분명 처음에는 밤새서 당신과 연락하는 것을 즐겼던 나지만, 점차 너무나도 다른 세계가 보이자 약간은 

겁이 나버린 것인지, 아니면 이미 힘들었던 예전의 관계와 똑같이 되풀이될 것이 너무 뻔히 보였기 때문인지 

벌써부터 약간은 주춤거렸다. 


미안해요.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당신은. 


이미 수없이 많은 인연을 맺었다 끊었다 했지만 그냥 이번만큼 여운이 긴 건 없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맞는 비는 그 여운을 조금 더 길게 만들어주었다. 


빗물을 털어내고 멋쩍게 웃으며 나는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다.  


당신을 알게 되어 즐거웠어요. 고마워요. 행복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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