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또 건네는 사과
"나는 네 그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싫어. 정말 너무 짜증 나고 스트레스받고 미칠 것 같아."
"...... 응 그... 안 할게 응"
"아아 진짜 또 그러네. 뭐만 하면 미안하다 그래 왜 "
".........."
사실 나는 너의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이해한 것들을 나열하자면,
사과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너의 마음, 네 눈치를 계속 보는 내가 짜증 난 상황,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쌓였을지도 모르는 상황, 나에게 서운하고 화가 나서 매번 사과만 하는 내가 그저 이번에도 대충 넘어가려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사과를 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저 남아버린 그 찝찝한 상황들과 그걸 애써 무마하려는 나의 행동들이 너에겐 아직 상처로 남겨져 있다는 것.
그래도 한 문단 정도는 나오는구나.
내가 너무 사과를 자주 했을까.
네가 분명 사과 듣고 싶지 않다고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면 "미안해"라고 말한 것이 너에게 계속 쌓였을까. 아니면,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듣는 너는 내 말들이 네 위로 쌓이고 쌓여서 그게 결국에는 널 삼켜버린 걸까.
나는 사실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사과하지 않고, 변명을 하지 않고, 그것 외에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런가. 나도 내가 답답해서,
"그럼 도대체 뭘 말하면 되는 거니"라고 물었던 거겠지. 할 말이 없었거든. 그 죽도록 긴 침묵이 너에겐 어떤 느낌이었을까. 분명, 너무 싫고 서운했을 거야 그렇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가장 너에게 변명할 때 썼던 말이
"아 내가.. 이래서 미안해."
으... 끔찍하다 그렇지.
사과받는 게 지겨울 정도로 많이 한 말들이라 그런가. 아니면 내가 그만큼 너와 한 약속들을 많이 어긴 걸까.
나는 널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 내가 너무 많이 실망시켰지.
내가 네 말을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너의 감정들을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아냐 그건 아니야. 그 순간, 너와 말하는 그 순간들에는 너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가 되었는걸.
봐. 너 없이 이렇게 혼자 있으니까 또 자기 합리화하잖아.
네가 내뱉은 그만하자는 말과 내가 내뱉은 미안하다는 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봐 결국 또 이러잖아.
아 구제불능이다 그렇지.
미안해.
뭘 하면 네 기분이 좀 나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