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링

by 황필립

내가 느끼는 이물감은 다른 이유들보다도 내가 존재한다는 것에서 생겨난 것이 많다.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작은 먼지로 부유할 수도 있었을 텐데,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얼음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수많은 별들 중에서 이 지구에, 이 장소에, 이 시간 속에서 육신과 영혼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것,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세상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무지하게도 떨어졌다는 것.


삶에 대한 나의 서투름과 서두름은 연극의 형편없음에 분노한 관객의 야유를 유발하고는 한다. 결국 관객들이 던진 온갖 잡다한 물건들을 피해 커튼 뒤로 숨고는 극단에서 쫓겨 나와 무엇이 잘못되었고 내게서 무엇이 깎여나갔는지도 모른 채 돌아와 누워버린다.


그러나 완벽한 적막을 누리기 위해 누워 있는 육면체의 모든 면에서 끈질긴 날벌레처럼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무척이나 거슬리는 일이다. 완전한 휴식은 어디에도 없는 것인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생겨나는 순간 날벌레 무리는 돌연 마음을 바꿔 내 각막표면에 빼곡하게 달라붙는다. 거기서 멈추기는 아쉬웠는지 날벌레들이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내 각막을 긁어대는 바람에 까끌까끌한 느낌에 시달렸다.


참지 못하고 일어나 시선을 책으로 옮기자 작고 검은 집단은 사라지고 흐린 불빛을 받은 탁하고 누르스름한 종이 위에는 누군가 내 동공의 움직임을 따라오며 커피를 흘리는 것처럼 갈색 점들이 퍼져나갔다.

변장에 타고난 그들은 저글링을 하듯이 모습을 바꾸고 어디든지 따라다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폴록에서 온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