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 안의 미끼를 먹어가며
나의 언어를 잃어가고 나의 하루를 잃어간다.
언어를 잃고 하루를 잃어가는 것은 나를 잃는 것이다.
나를 잃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잃은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덫 안에 갇힌 쥐가 덫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한 마리의 쥐일 뿐이다.
버려진 찌꺼기들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시간
내 앞의 문을 막는 것은 내가 매일 목도하는
보잘것없는 내 존재이다.
나의 남은 삶까지도 모두 정해져 버린 듯한
두려움이 일어난다.
익숙한 걸음으로 걸었던 모든 길이
낯설게 변하기 시작한다.
길 위에서는 언제나 혼란스럽다.
무기력하고 미진하고 절망스러운 탄생이다.
나를 살게 했던 것들이 내 안에서 죽어간다.
나는 먹구름처럼 녹슬어 가고 있다.
어느 하루도 쉽게 밝아오거나 쉽게 저물지 않았기에
잠들어 있는 새벽 속을 지새운다.
생각이 표피를 찢고 나올 수 있도록,
내 삶의 지형에 변화가 생기기를 바라며 시를 쓴다.
깊어질수록 짙어져 가는 잠든 새벽 속에서.